‘걸그룹 춤판 워크숍’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배동욱 회장이 14일 공식 사과했다. 지난달 26일 강원 평창의 한 호텔에서 걸그룹을 동원해 춤판과 술판을 벌인 지 19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소공연은 소상공인보호법에 따라 2014년 지정된 법정경제단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 지원도 받는다. 2015년 5억 원을 시작으로 2016년 10억 원, 2017년 15억 원, 2018년 25억 원, 2019년 29억 원 등 매년 증가된 국고보조금이 지급됐다.
소공연에 대한 예산은 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며 늘어났다.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한다고 자처해 온 소공연은 최저임금을 고리로 정치에 적극 참여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화두가 되자 여권에선 설득의 대상으로, 야권에선 정부 노동정책 비판을 위한 파트너로서 존재감을 높였다. 최승재 초대 회장이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것도 이런 역학구도와 무관치 않다.
배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기적으로 국민의 정서에 크게 반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분노는 단순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춤판과 술판을 벌였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소공연 존재의 이유가 돼 버린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워크숍 기간이었던 지난달 25일은 헌법재판소가 주휴 시간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토록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합헌 결정을 내린 날이다. 소상공인에겐 악재였다.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한창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던 이달 6일에는 예정돼 있던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을 다급히 취소했다. 이날은 워크숍 논란이 절정에 달하던 때로, 소공연은 워크숍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소상공인의 최대 현안이던 최저임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마저 포기했다.
이날 국내 최대 상권 중 한 곳인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서는 심심치 않게 ‘임대 문의’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린 텅 빈 매장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A 씨(53·여)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도대체 누가 도와주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그는 거듭된 최저임금 인상으로 2년째 혼자서 하루 13시간씩 일하고 있다. A 씨의 물음에 소공연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관리를 통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만이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기 위한 답이 아니다. 설립 목적인 소상공인의 권익을 실제로 대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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