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값 잡기 증세로 누더기 된 세제… 무너지는 稅政 신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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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주택자 등 실소유자의 경우 부동산 세제의 변화가 거의 없다”며 부동산 증세 논란을 반박했다. 하지만 작년보다 평균 22% 오른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 든 서울의 아파트 주민들은 증세를 이미 현실로 체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시작으로 22차례 대책에 대부분 세제 관련 내용을 끼워 넣었다. 정부 여당은 다주택자만 겨냥했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론 1주택자의 경우에도 2018년에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0.2∼0.7%포인트 올린 데 이어 세율을 0.1∼0.3%포인트 추가로 높이는 내용의 12·16대책을 여당이 이달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정부는 또 ‘편법 증세’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공시가격을 빠르게 올렸다.

부동산 세제는 집값 대책의 수단으로 동원되면서 난수표가 됐다. 2017년 현 정부가 부활시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이번 7·10대책까지 여러 차례 세율과 적용범위가 바뀌면서 세무사도 세법을 이해하지 못해 양도세 계산 의뢰를 거절하는 ‘양포(양도세 포기) 세무사’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조세 제도는 이해하기 쉽고 예측 가능해야 하며, 개정할 땐 충분한 입법예고를 거쳐야 한다는 세정(稅政)의 기본은 아예 무시되고 있다.

일부 부동산 세율은 ‘벌금’ 수준으로 치솟았다. 7·10대책으로 3채 이상 집을 보유했거나, 규제지역에 2채 가진 사람에게 매겨지는 종부세 최고 세율은 6.0%로 높아지는데 10년이면 현재 재산 가치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세율이다. 다주택자에게 물리는 최고 72%의 양도세율, 12%의 취득세율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 된다.

모든 문제가 부동산 문제를 주택 공급 확대 같은 정공법 대신 세금 때리기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무리한 접근법에서 비롯됐다. 조세제도가 투기 억제란 정치적·미시적 목표 달성을 위한 손쉬운 도구로 과도하게 동원되는 바람에 안정성과 신뢰가 무너져 조세저항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향후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원상복구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부동산 세제는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더 이상 세제를 ‘부동산 정치’에 동원하다간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7·10 부동산 대책#부동산 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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