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막지 못해 방역에 어려움을 겪다가 의료진의 헌신으로 현재는 ‘K방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이겨 나가고 있다. 여기엔 진단검사의 역할도 컸다.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고 격리해서 확산 속도를 늦췄다. 감염자를 시의적절하게 치료해 사망률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체검사의 규모나 방식으로는 깜깜이 감염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최근 항체검사에 나선 이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이른바 ‘깜깜이 감염자’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4월 “무증상이나 경증 감염자가 어느 정도 있는지, 면역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라며 항체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항체검사를 통해 전체 감염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무증상 감염자가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현 상황에서 ‘깜깜이 감염’, ‘n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항체검사는 코로나19 유행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 위주의 ‘사후 추적관리’에서 ‘사전예방과 모니터링’으로의 전환이 항체검사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한국보다 먼저 항체검사에 나선 해외 사례를 보면 항체검사는 ‘숨은 감염자’를 찾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항체생성률은 47%, 프랑스 우아즈 25.9%, 중국 우한 10%, 스페인 5% 등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전체 감염 규모가 실제보다 10배가량 많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무증상이나 경증환자는 발열, 인후통, 오한 등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아 기존 검사법 시행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항체검사는 뚜껑을 열어보니 방역당국이 깜깜이 감염자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했다. 전체 항체가 아닌, ‘중화항체’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중화항체’는 항체 중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해 확실한 방어력이 있는 항체로 ‘집단면역’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당초 논의됐던 ‘깜깜이 감염’ 규모를 살펴보려면 다른 항체검사가 동반돼야 한다. 중화항체는 감염자 중 일부에게만 형성되고 생성되더라도 빠르게 소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앞서 항체검사를 한 해외에서도 대부분 ‘중화항체’뿐 아니라 전체 항체생성률을 함께 살펴 코로나19 감염 규모를 가늠하고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K방역을 통해 코로나19의 급한 불을 끈 것처럼 보이지만 신규 확진자 중 감염경로가 분명치 않은 환자 비율은 여전히 1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항체생성률을 확인해 ‘깜깜이 감염자’를 찾지 못하면 무증상 감염에 따른 ‘조용한 전파’를 막기 힘들다.
다행히 그간 여러 기업이 앞다퉈 다양한 항체검사법을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최근엔 정확도가 99.9%에 이르는 항체검사법도 등장했다. 감기 등 유사 바이러스를 코로나19로 잘못 진단하지 않도록 검사법이 고도로 정교화됐다. 이에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이런 항체검사법을 활용해 전체 항체생성률을 확인하고 검사 결과에 맞춰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K방역을 이어가려면 정확한 감염 규모 파악이 급선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항체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화항체뿐만 아니라 전체 항체생성률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가을, 겨울 2차 대유행이 올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해야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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