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열린 정부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TF)’ 실무기획단 회의에서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모든 대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 내에선 서울시가 반대하면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은 이 문제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되는 사안임을 입증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4일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다음 날 아침 국토부의 박 차관이 부인하는 일이 있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여론 악화로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이 끼어들어 해제를 강력히 요청하면서 당정은 해제 추진 쪽으로 급속히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는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게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며 버티고 있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환경을 보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택지가 필요할 때마다 그린벨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서울의 그린벨트를 풀어 임대주택 등을 지었다. 여권 내에선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의 그린벨트를 풀면 아파트 1만 채를 더 지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부터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추천하는 해법은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라 서울 강남의 용적률 인상을 통한 재건축 활성화와 강북의 대규모 재개발이다. 그런데도 공급을 경시하고 세금, 대출 등 규제를 극도로 강화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불안을 자초한 정부와 여당은 지금 그린벨트 해제만이 정답인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강남 좋은 일은 절대 안 한다’는 아집 때문에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 둬야 할 그린벨트를 너무 쉽게 허물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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