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어제 개원식을 갖고 출발했다. 국회 임기 시작 47일 만이다. 1987년 민주화 개헌 이후 가장 늦게 열린 것이다.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거여(巨與)로 출범한 뒤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등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개원식은 차일피일 미뤄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개원 연설에서 “20대 국회의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였다”며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협치 실패의 주된 책임이 여권에 있음을 문 대통령과 여당은 간과해선 안 된다. 여당은 지난해 범여권 ‘4+1’ 협의체를 만들어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야당의 비협조를 문제 삼지만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의석수로 밀어붙인 것이 파행 국회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여당의 밀어붙이기는 21대 국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5월 27일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지만 이후 여당의 독주는 오히려 가속화됐다. 여당은 국회 의장단 단독 선출에 이어 상임위원장 독식, 추가경정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강행했다. 여야가 그동안 불문율처럼 공유해온 소수 야당 몫 법제사법위원장도 여당이 가져갔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기 중에 공수처장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회도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공수처법은 여러 조항이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 남용을 제어하는 개혁이 시급하다고 해서 공수처 준비 부실로 또 다른 무소불위 사정기관을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여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등에 업고 원하는 대로 밀어붙이면 당장에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듯 보이겠지만 결국은 국회를 통법부로 전락시켜 자승자박의 모두가 지는 게임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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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7 14:56:45
국민들은 일단 국회에 들어가서 서로 싸워가면서 협상을 하는 모습을 국회의 할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막상 여당을 압박하고 정책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대책을 내세워서 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하는 야당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심판한 것이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