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학기를 원격수업 위주로 진행한 서울 초등학교들이 여름방학에 때아닌 등교수업을 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집중교실’을 운영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16일 발표한 ‘온앤온(溫&on) 방학 집중교실’ 운영 계획에 따르면 서울 562개 공립초등학교는 방학 동안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학교에 모아 1, 2주일 정도 집중 지도를 해야 한다. 학교 사정에 따라 원격수업을 병행할 순 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 교사와 얼굴을 마주하고 공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초등 1, 2학년은 희망자를 중심으로, 3∼6학년은 교사 추천에 따라 교육 대상이 정해진다.
서울시교육청이 방학 기간 중 일선 학교에 별도 수업을 진행하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던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기초학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동안 원격수업이 계속된 탓에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1학기 수업 결손이 더 큰 격차로 번지지 않도록 모자라는 학습량을 보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교육 현장에서 학력 격차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울렸던 점을 감안하면 참 반갑고 다행스러운 정책이다. 취지나 방식 모두 좋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바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걸러낼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초중고교 특정 학년을 대상으로 전수 실시하던 학업성취도평가를 초등학교의 경우 2013년 폐지했다. 단지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의 4단계로 나눠 기초미달 학생을 찾아내기 위한 평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일제고사’라는 낙인을 찍어 폐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학력 격차 문제가 계속 커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3월 중 모든 초등학교가 교육청의 표준 진단도구나 교사의 자체 시험을 통해 기초학력 미달 실태를 점검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교육단체의 반발로 ‘시험’이 아닌 ‘관찰 평가’ 방식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평가 완료 시한마저 이달 말로 늦춰진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로 학교에 못 가는 상황에서 관찰 평가가 신빙성이 있겠냐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초등생 학부모 홍모 씨(34)는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가는데 교사가 아이들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런 평가로 ‘댁의 자녀가 부족한 아이이니 집중교실에 보내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말 좋은 정책이라면 디테일이 살아있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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