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주거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셋값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5주 연속 올랐고 상승 폭도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셋값을 잡으려면 ‘임대차 3법’을 빨리 시행해야 한다며 서두르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조속한 입법을 당부했지만 시장은 기대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이유를 잇단 정책 실패로 본다. 한 달 전 6·17대책에서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를 도입하자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는 집주인들이 늘어 전세 매물의 씨가 말랐다. 당정이 이달 안에 입법화하겠다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은 집주인들의 불안감에 불을 질렀다. 최소 4년간 임대료 인상을 제약하는 법안이 곧 시행된다는 소식에 그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전세를 줬던 집주인들마저 세입자에게 큰 폭의 전세금 인상을 요구한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오르자 세금 낼 돈을 마련하려고 전세금 외에 월세를 받는 식으로 임대료를 올리는 집주인도 많아졌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여당은 파괴력이 더 큰 법안으로 집주인들을 옥죄려 하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그제 “기존 계약에도 임대차 3법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법 시행 전 맺은 계약을 갱신할 때도 5%까지만 임대료 인상을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전세계약이 끝난 뒤 1년 안에 새 세입자를 받으려 할 때 ‘한은 기준금리(현재 0.5%)+3%포인트’까지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아예 지자체장이 ‘표준 임대료’를 정하게 하는 법안을 내놨다.
요즘 여당과 정부가 쏟아내는 법안들은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건지, 시장의 반격을 진압하려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반시장적이고 강압적이다. 더 과격한 정책으로 정책의 실패를 덮는 형국이다. 기간이 남은 임대차 계약에 법을 소급 적용할 경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검토나 했는지 의문이다. ‘다주택자는 무조건 집을 팔아야 한다’는 식의 정책이 나오는 건 한국의 임대차 시장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부작용을 감안해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입장을 정했던 임대차 3법을 번갯불에 콩 볶듯 밀어붙이는 바람에 전셋값 불안과 세입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여당이 ‘부동산 인재(人災)’를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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