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밥값을 했다.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질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비밀을 알렸다. 지난주 MBC 백분토론 끝에 방송사고처럼 슬쩍 진실을 밝힘으로써 그는 집권세력 내부고발자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물론 진성준은 정부 대책이 소용없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맹렬히 해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 ‘박원순 서울시’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낸 그가 정무적 판단 없이 말실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 세금 많이 걷으려면 집값 더 올라야
20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주택을 볼모로 한 불로소득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다주택 매매, 취득, 보유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초과이익 환수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국회에서 연설했다. 불로소득이든 초과이익이든 부동산으로 세금 많이 걷는 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고 확인한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 공급을 막아 집값 올리는 정책을 22번이나 내놓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집값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고 있었던 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괜히 장수하는 게 아니다. 청와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발표만 하면 집값이 오르는 정책을 내놓아서 경제부총리 능가하는 권세를 누리는 거다.
심지어 수요까지 늘려 집값을 키우고 있다. 이러다 영영 원하는 곳에 살 수 없다고, 3040의 불안감을 자극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면 당연히 세수(稅收)도 늘어난다. 경제를 살릴 자신은 없고, 대놓고 세금을 올릴 수도 없는 무능한 정부가 집 부자에게 징벌세를 때려 수입을 올리는 형국이다.
● 양도세는 소득세여서 못 내린다고?
보유세 무서워 다주택자가 집을 팔게 만들려면 정부는 양도세라도 내려줘야 한다. 2019년 ‘유라시아연구’ 학술지에 실린 ‘부동산 세제의 국제비교와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거래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무려 4배다.
하지만 어림없다. 김현미는 작년 초 한 인터뷰에서 “양도소득세는 소득세”라며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 진짜 거래세인 취득세라도 낮춰줘야 하는데 대통령은 취득세가 지방정부 세원이어서 낮추기 어렵다고 했다. 보유세도 우리나라가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2015년 세수 통계를 보면 총 세수 가운데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OECD 평균 5.6%인데 우리나라가 10.3%다.
정부가 160조 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재원 마련을 말하지 않은 이유도 알 것 같다. 5조1000억 원만 올해 추경안에 들어있을 뿐이다. 부동산에서 세금 왕창 걷을 작정이었던 것이다. 1주택자는 세금 늘지 않는다는 것도 거짓이었다. 공시지가가 계속 올라가 죄 없이 거지된다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다
문 대통령 역시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시세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대폭 인상하여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국회 개원 연설에서 강조했다. 세금으로 다 가져가면 부동산 투기로 돈 벌기는 어려워지겠지만 그렇다고 투기가 근절될 것 같지는 않다.
남이 하면 투기요, 내가 하면 투자다. 노무현 정부 때 실패했던 부동산 정책을 현 정부에서도 재차 설계한 김수현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을 썼지만 지금 그의 과천 아파트는 눈부시게 재건축되는 중이다(이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투자한 아파트단지는 재개발·재건축도 어찌 그리 빠를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김수현은 영국을 예로 들며 “집을 가진 계층은 보수적 경향을, 그렇지 않은 계층은 진보적 경향을 보인다”고 썼다. 고소득층이 많은 중대형 아파트단지는 한나라당(지금의 미래통합당)에 주로 투표하는데 다세대·다가구 재개발로 아파트단지가 되면 투표 성향도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가 대출을 막아 ‘부동산 사다리’를 무너뜨리고, 재건축·재개발은 결사반대하는 ‘부동산 정치’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값이 오를수록 반(反)부자 정서가 자극되는 것도 민주당 장기집권에 이롭다.
● 개천에서 가재·붕어·개구리로 행복하게…
문재인 정부의 내심은 국민이 내 집 마련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양도세가 무지막지하면 다주택자는 차라리 집을 안 팔거나 자녀에게 증여할 공산이 크다. 매물이 줄어드는 것이다. 덩달아 전세가 줄고, 월세로 바뀔 공산이 크다.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지 말라. 자사고와 특목고를 없애는 것도 내 아이를 용으로 만들겠다는 일부 망둥이들의 헛된 욕망을 없애기 위해서다(미래의 지배계급은 운동권 동지들의 새끼 용들로 충분하다). 임대차 3법에 의지해 굳이 개천에서 벗어날 생각 말고 가재·붕어·개구리로 행복하라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2018년 임대료 규제에 대해 “당장은 세입자에게 이롭지만 장기적으로는 물량을 감소시키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켜 악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영국 BBC도 팩트 체크를 통해 “주택 신축을 늘리면서 임대료 규제를 하지 않는 한 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다.
● 아등바등하지 말고 정부에 의지하라
김수현은 2017년 진미윤과 함께 쓴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에서 “다주택자를 경원시할 것이 아니라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주택 모델로 오스트리아를 소개하며 “신규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온 공급 중심의 주택 모델을 채택해왔다”고 했다.
내 나라가 잘살겠다고 자유무역 대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근린궁핍정책이라고 한다. 공급 중심 주택 모델은커녕 민주당 장기 집권을 위해 공급 억제를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궁핍정책이다.
코로나19 같은 재난이 이어져도 문재인 정부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 세금으로 선거 직전에 재난지원금을 퍼부으면, 고스란히 표로 돌려받을 수 있다. 국민이 무기력하게 정부에 기댈수록 좌파 정부는 세금 뿌릴 수 있어 좋다. 그것이 나라 망하는 길임을 알고 집권세력은 일찌감치 자식을 이민 보내고 유학 보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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