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여섯 집 중 한 집은 작년보다 30% 오른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에서만도 58만 가구에 대해 지방세법상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의 연간 재산세 상승폭 상한선인 30%를 꽉 채워 오른 재산세가 부과됐다. 서울 전체 아파트의 재산세는 작년보다 평균 22% 올랐다. 법이 바뀌어 세율이 높아진 것도, 집을 팔아 이득을 낸 것도 아닌데 이처럼 세금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집 한 채 외에 별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 사이에선 보유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건 집값이 오른 것보다 공시가격을 더 빨리, 많이 끌어올린 탓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건강보험료의 부과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서울 공동주택의 경우 3년 연속 10% 이상 올리는 바람에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75∼80%로 높아진 아파트가 많아졌다. 일부 강남 아파트는 현실화율이 90%에 육박한다.
9월에 나머지 절반의 재산세를 내고, 12월에 낼 종부세 고지서까지 받아들면 세금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달 국회 통과가 예정된 1주택자 종부세율 0.1∼0.3%포인트 인상 법안은 그나마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서울의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14.7% 올랐고, 종부세 계산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2022년 100%를 목표로 매년 5%포인트씩 높아지고 있어 보유세 부담 급증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포털사이트에선 ‘못 살겠다 세금폭탄’ 등을 키워드로 징벌적 과세에 반대하는 ‘실검 챌린지’가 연일 이어지고 지난 주말엔 서울 도심에서 집회가 열리는 등 조세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입법 없이 행정부가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끌어올리는 ‘편법’으로 세금을 늘린 것은 ‘세금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부담 되면 팔면 된다’는 식으로 집 한 채뿐인 이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보유세를 물리는 것은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징세의 기본 원칙들이 흔들리고 국민들의 불만이 급증하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세금 부담을 최대치로 높이는 법안들을 이달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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