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 중 10명 안팎의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대통령 민정·정무수석비서관 등과 비서관급도 일부 포함돼 있다. 청와대는 분위기 쇄신용 인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비상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의도가 짙어 보인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교체 대상들만 보면 청와대가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1주택 보유 기준만 문제 삼는 듯한 기류 때문이다.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김조원 민정수석은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고, 김거성 시민사회수석도 2주택 보유자다.
그러나 강남 부동산 불패 논란을 촉발해 정부 대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노영민 비서실장은 유임하는 분위기다. 정부 부동산대책 컨트롤타워로서 정책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김상조 정책실장도 교체 후보군에서 빠진 상태다. 김 실장은 최근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해 그린벨트 해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정책 혼선을 부채질했다. 주요 정책 조율과 내부 기강 관리에 실패한 청와대 비서실과 정책실 ‘투톱’을 남겨둔 채 일부 참모만 바꾸겠다는 것은 인적 쇄신의 본질을 흐리는 안이한 접근이다.
지금 국정 난맥상은 청와대 참모 몇 명 교체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대책을 22번이나 발표했으나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들로 오히려 부동산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주택자가 서울 집값 폭등의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지만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18년 서울의 다주택자 비중은 줄어들었다.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의 경직된 도입 등 김 장관의 이념적 정책 접근이 부동산 시장을 들쑤셨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 게 사실이다. 김 장관 교체 없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 정책의 실패와 혼선을 바로잡기 위한 인적 쇄신이 순간을 모면하려는 생색내기에 그친다면 인사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정책 실패를 수습하기 위한 인사라면 돌려 막는 코드·회전문 인사가 아니라 정책기조를 새롭게 바꾸는 근본적인 방향 전환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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