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해 부유층 세금을 늘리고 소규모 자영업자 세 부담을 줄이는 전형적 ‘부자증세, 서민감세’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협의까지 마쳐 대부분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깜짝 카드’는 소득세율 인상이다. 10억 원 초과 구간을 만들어 기존 42%보다 3%포인트 높은 45% 세율을 매긴다. 1만6000명 정도가 매년 9000억 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2017년에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린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두 번 소득세 인상’이란 드문 기록을 세우게 됐다.
종합부동산세는 1주택자 세율이 0.1∼0.3%포인트 오르고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최고세율은 최고 6.0%까지 높아진다. 내년 6월부터 집을 파는 다주택자는 최고 75%의 징벌적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반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자 기준을 연매출 8000만 원으로 높여 약 23만 명의 사업자에게 5000억 원의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간이과세 대상 확대는 세원 투명성 확대 원칙에 어긋나 오랫동안 세정당국이 반대해온 것이지만 여권의 요구로 개편안에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제동을 건 대로 주식거래 수익 양도소득세는 2023년으로 부과를 미루고 증권거래세 인하는 1년 앞당겨 2021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여권 지지층이 될 수 있는 집단의 불만을 살 만한 요소는 최대한 없애고 ‘더 가진 자’에 대해선 가능한 한 최대치로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는 의도가 역력히 드러나는 개편안이다.
근로소득세의 80% 정도를 부담해온 상위 10% 고소득층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40%가량의 근로자는 소득세를 내지 않아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의 반대로 가고 있다. 소득세율 인상안은 막판에 여권의 요청을 받아 끼워 넣었다고 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가진 자 vs 안 가진 자’ 구도를 강화하는 세제 개편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여러 정권이 정치적 이유로 세제를 고쳤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이념적 의도를 담아 국가의 근간인 세제를 바꾼 적은 없었다. 정치논리가 조세제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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