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온 국민이 답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손 ‘세척제’를 손 ‘세정제’로 잘못 쓰고 있는 현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만큼 답답하다. 굴착기 제조업체의 홍보물에서조차 ‘굴착기’를 ‘굴삭기’로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말이 일본식으로 왜곡, 변질되는 현상은 한자 정책의 차이에 있다. 일본은 ‘신상용한자’에 포함되지 않는 한자의 표기는 ‘음이 같고 뜻이 유사한 한자로 바꾸어 쓴다’라는 대용한자 정책에 따라 다른 한자로 바꾸어 쓴다. 이에 굴착→굴삭, 세척→세정, 장애→장해 등으로 쓰게 된 것이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말이 왜곡되고 변질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한자 정책은 ‘한글전용론’과 ‘한자혼용론’의 논쟁 속에서 수없이 많이 바뀌어 왔다. 기초한자는 학교의 선택에 따라 무시되는 등 한자교육은 매우 빈약한 편이다. 일본의 대용한자를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 우리말을 왜곡시키는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자 실력을 겸비한 젊은 세대를 배출해야 한다.
이우석 영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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