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정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는 증인과 참고인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미래통합당이 박 후보자의 부정 학위 취득, 재산 취득 과정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증인 10명을 요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자료만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며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여야가 겨우 합의한 증인 1명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 후보자는 야당 청문위원들에게 청문회 관련 자료도 청문회 하루 전날에 제출하겠다고 통보했다. 자료 검토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 때문에 ‘청문회 시작 48시간 전까지 제출’을 명시하고 있는 인사청문회법 규정을 묵살한 것이다. 각종 의혹과 관련된 증인·참고인 출석이 전무한 상태에서 자료 제출까지 지연시킨 것은 청문회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비판받을수 있다. 박 후보자가 1965년 광주교대 졸업 후 단국대 편입과 졸업 과정에서 불거진 학력 위조 의혹을 비롯해 진위를 가려야 할 첨예한 쟁점이 여러 개 제기됐는데 증인이나 참고인도 부르지 않고 이런 의혹의 진상을 가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등을 기점으로 자료 제출 및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4·15총선에서 176석의 거여(巨與) 출범 이후엔 후보자와 여당이 거의 한 몸이 되어 청문회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요식절차로 대충 때우려는 의도가 노골화하고 있다.
주요 공직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가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삼권분립의 요체이며,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데 여권은 대놓고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강행된 장관급 인사만 벌써 23명이다. 박근혜 정부 10명, 이명박 정부 17명을 크게 넘어선 숫자다. 이러니 “인사청문회 제도는 사실상 국회 동의를 요하는 것이 아닌 대통령의 임명 사안”(24일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처럼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의 본질적 권한을 스스로 부정하는 발언까지 나오는 것이다. 여당은 국회를 무조건 청와대 손을 들어주는 거수기 역할로 만들려 하는가.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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