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암이 재발해 치료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들썩거립니다. 언론에는 ‘조속한 회복을 바란다’는 글이 넘쳐나고, 그녀의 건강을 기원하는 격려 카드까지 발매됐습니다. 다섯 번이나 암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그래도 위로해주는 이가 이렇게 많으니 그녀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
‘진보의 아이콘’이자 말도 똑 부러지게 잘하는 그녀. 기억해둘 만한 발언들을 모아봤습니다.
△“I would remain a member of the Court as long as I can do the job full steam.”
최근 긴즈버그 대법관은 연방대법원 웹사이트를 통해 암 재발과 성공적인 치료 소식을 직접 전했습니다. “전력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한 법원의 일원으로 남겠다”, 즉 “은퇴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현재 5 대 4로 보수 쪽이 우세한 대법원 구도 속에서 자신의 은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확실히 못을 박은 것이죠. 산업혁명의 최대 발명품인 ‘스팀엔진(증기기관)’에서 유래한 ‘full steam’이란 단어는 ‘전속력’ ‘전력’이라는 뜻입니다.
△“All I ask of our brethren is that they take their feet off our necks.”
“내가 남성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여성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우라는 것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생 좌우명이라고 합니다. 19세기 노예해방가 겸 여성운동가인 세라 그림케의 말인데요. 상대방을 넘어뜨린 후 발로 목을 밟으면 꼼짝 못하게 되죠. 여성을 옭아매는 사회적 억압을 ‘목을 밟고 있는 발’로 표현했습니다. 얼마 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 ‘Get your knee off our neck(흑인의 목에서 백인의 무릎을 치워라)!’이란 슬로건이 등장했습니다. 당시 백인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에 이르게 했죠.
△“For most girls growing up in the 40s, the most important degree was not your B.A., but your M.R.S.”
“1940년대 성장한 나 같은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위는 대학 졸업 학위(B.A.)가 아닌 M.R.S.였다.” 여기서 M.R.S.는 결혼한 여성을 부르는 칭호 ‘미시즈’를 철자 하나씩 또박또박 말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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