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돈을 왜 받는지부터 알려주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8일 03시 00분


<108> 유아기의 돈 개념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부모들은 보통 아이가 만 5, 6세 정도 되면 아이의 돈에 대한 개념에 대해 걱정한다. 이 시기에 수 개념이 좀 빠른 아이들은 돈을 제법 안다. 그 아이들은 영특해 보이고, 내 아이는 좀 어수룩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십진법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돈의 개념을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십진법을 모르는 아이는 1000보다 1만이 크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은 1만 원짜리 1장을 주는 것보다 1000원짜리 2장을 훨씬 좋아한다. 유아기는 아직 수 개념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그 위에 돈 개념까지 가르치기는 어렵다. 모든 사람이 돈을 가지고 물건을 사고판다는 것, 물건을 살 때는 그 액수만큼 지불해야 한다는 것, 더 많은 돈을 냈으면 거스름돈을 받아와야 한다는 정도만 알면 된다. 또한 어떤 돈이 큰돈이고 어떤 돈이 작은 돈인지 정도만 알면 된다. 복잡한 거스름돈 계산을 다 맞히고, 암산으로 물건 값을 계산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과욕이다.

우선 화폐가 왜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부터 알려준다. 옛날에는 물건과 물건을 교환하는 시대도 있었고 조개나 소금, 후추를 화폐 대신에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화폐가 생겨났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내 것이 아닌 것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을 지불하는데 물건 값에 딱 맞게 줘야 하며, 그래서 돈을 더 많이 내면 거스름돈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가르친다. 돈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아이를 마트나 시장에 데려가서 부모가 지갑을 열고 물건 값을 지불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때로는 아이에게 현금으로 물건 값을 내보게도 한다. 마트에서 물건을 산 후 “얼마예요?”라고 물어보고, “1만2000원입니다”라고 점원이 대답하면 아이에게 지불하게 한다. 헷갈려 하면 부모가 집어서 아이를 주든지, 아이 손에 쥐여줘서 점원에게 주게 한다. 이렇게 돈과 물건을 주고받는 경험을 하게 한다.

장을 보면서 어떤 물건이 더 비싸 보이는지 아이에게 물어도 본다. 고급 아이스크림이 막대 아이스바보다 비싸다는 것, 예를 들어 막대 아이스바는 500원이지만 고급 아이스크림은 500원을 3개 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이와 친근한 물건을 예로 들어 물건 값을 알려주면 물건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가치에 따라 돈을 좀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 유아기는 어떤 것이 싸고 어떤 것이 비싸며 그것이 왜 비싼지 정도만 알면 된다. 싼 물건을 비싸게 지불하지 않고, 약간 비싼 것을 싸게 샀을 때 알뜰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경제 개념의 포인트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가 이 정도 크기가 얼마니까 다른 것은 얼마 정도가 되겠다고 짐작할 수 있으면 된다. 유아기 경제 개념은 수의 개념보다는 가치나 양의 개념으로 가르쳐야 한다.

큰돈과 작은 돈을 구분하는 것은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동전부터 지폐까지 아이가 자주 보는 10원, 50원, 100원, 500원, 1000원, 5000원, 1만 원, 5만 원 등 돈의 여러 종류를 모은다. 다행스럽게 이 돈의 크기는 전부 다르다. 큰돈이 조금씩 크다. 동전보다 지폐가 크며 동전이나 지폐 중에서 큰 것이 더 큰돈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십진법을 아직 모르는 아이는 10원이 10개가 모여 100원이 되고, 1000원이 10개가 모여 1만 원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간단하게 지폐의 경우 파란색보다는 갈색이, 갈색보다는 초록색이 더 큰돈임을 알려준다. 동전은 그려진 그림으로 설명한다. 그래도 헷갈려 하면 돈에 그려진 동그라미 개수를 세게 한다. 보통 만 5세이면 5 이하에서는 많고 적음을 안다. 1000원에는 동그라미가 하나 둘 셋 있고, 1만 원에는 동그라미가 네 개 있으니 크다고 가르친다.

유아기에 돈 개념이 없어서 저지르는 문제는 남의 것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맘대로 가져오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인데, 이때 혼을 내기보다는 아이가 몰라서 가져온 건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모르고 가져왔는지 파악해서 차근차근 올바른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뉴스에서 ‘원-달러 환율’이라는 말이 나오면 아이가 질문할 수도 있다. 나라마다 다른 돈을 쓰지만 그 개념이 같다는 것을 아주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아이가 돈에 대해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은, 돈을 늘어놓고 계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유아기 돈 개념#거스름돈#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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