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해 질의하자 “소설을 쓰시네”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했다. 피감기관장이 사실 관계를 묻는 의원의 질의를 조롱한 것이다. 추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조차 거부해 법사위가 한때 정회됐다. 추 장관은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서도 야당 의원들에게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는 고압적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됐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도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확실히 해라” “말씀드렸는데 기억을 못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후보자 적격 여부를 가리는 인사청문회인데 주객이 뒤바뀌어 오히려 청문위원을 꾸짖었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정부 측 공방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국회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대정부 견제와 비판 기능을 수행하는 게 본질적 역할이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를 상대로 주요 현안에 대해 묻고 따져야 하는 헌법기관이다. 이것이 헌법상 대의(代議)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다.
그런데도 국회에 정부 입장을 설명하러 나온 장관이 야당 의원들이 껄끄러운 질문을 한다고 해서 막말을 하거나 호통을 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반민주적 행태다. 이런 식이면 입법부가 청와대나 정부가 시키면 묻지도 말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통법부(通法部) 역할을 하란 말인가.
추 장관이나 박 후보자의 이런 오만은 176석 거여(巨與)의 뒷배를 의식한 탓일 것이다. 거여가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고, 개헌을 제외한 웬만한 법안 처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야당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는 사실상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이다. 더구나 추 장관과 박 후보자는 얼마 전까지 의원석에 앉아 정부기관장을 상대하던 사람들이다. 그때 출석한 장관이 그렇게 고압적인 작태를 보였다면 가만히 있었을 사람들이 아니다. 정부기관장이 되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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