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30일 미래 교육에 관한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최근 화두인 ‘교원양성체제 개편’과 관련해 예비교원과 학부모, 일반 국민 등이 참여하는 ‘정책 집중 숙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3개월간 약 30명이 수차례 회의를 거쳐 협의문을 도출하고, 이를 교원양성체제 개편안에 반영케 하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를 보면서 2018년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 추진 과정이 떠올랐다. ‘수시냐 정시냐’를 두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국가교육회의는 4가지 대입 모형 중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1개 모형을 공론화 절차로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가 교육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국가교육회의가 사실상 ‘여론조사 기관’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대입 모형은 ‘정시 선발 45% 이상’. 그러나 그해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방침을 확정했다. 숱한 논란과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며 숙의 과정을 거쳤지만, 그 권고안이 실제 대입 개편안에 100% 반영되지도 못한 셈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공론(公論)이 아니라 공론(空論)’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교원양성체제 개편은 대입 개편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다. 정밀한 인구 시뮬레이션과 교육 환경 여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치열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문제를 두고 국가교육회의는 또 이해관계자들의 숙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현 교대와 사범대 교원 양성 과정에는 학습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자세로 만나야 하는지 다루는 프로그램이 없다”며 “이런 부분이 교사와 예비교사들의 가장 큰 요구이자 이번 교원양성체제 개편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설명했다. 물론 숙의 과정에서 이 같은 ‘질적 체계’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찬반이 맞서고 있는 ‘교원 감축’ 문제가 가장 논쟁적인 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선 ‘공론화 만능주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범대 교수는 “교원 수급 계획은 이해관계에 따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밀한 추계와 분석을 토대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은 필요하지만 대입 개편 때와 같은 선호도 투표 방식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의 정책 숙의 결과는 11월에 발표된다. 이번에도 ‘숙의만 하다가 끝나버렸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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