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깃들지 못하는 사람 밖의 사람은. ……지나간다, 아이는 웃고 울고, 때없이 꽃들은 불쑥 피고, 눈먼 웃음 소리, 휙 날아가는 그림자새, 곧 빗발 뿌릴 듯 몰아서 밀려오는 바람에 사람이 스친다, 비바람에 귀가 트일 때 사람이 가까워진다, 서로 사람이기를…… 가다가다 되돌려지는 비, 빗발쯤으로 뿌리겄다.
숨 막바지에 텅 빈 하늘.
우리는 뭔가를 모를 때 사전을 펼쳐본다. 정의가 내려져 있으면 우리는 그 대상을 아는 것만 같다. 그런데 정의는 절대적이지 않다. 어떤 대상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시라는 것은 사전과 많이 닮았다. 다만 우리말 사전은 의미의 표준형을 지향하지만 시라는 사전은 의미의 다양성을 지향한다. 시에는 온갖 단어의 정의가 시인마다, 시마다 서로 다르게 규정되어 들어 있다. 김휘승의 시를 보면 이 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전에서는 사람을 ‘인격을 가진 이’라고 풀이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일 수도 있고,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서로 깃들지 못하는 사람 밖의 사람은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아닐까. 내가 너를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하면 너는 사람인 걸까, 아닌 걸까. 어떻게 해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렇듯 오늘의 시에는 사람 정의를 흔드는, 그리고 사람 정의를 새로 고민하게 하는 화두가 잔잔하게 흩어져 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는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얼마나 많은 논의를 낳았는지 모른다. 언제고 절대적인 정의는 없었지만 사람이라는 대상은 더욱 규정하기 어렵다는 뜻일 게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 와서 사람이 되는 것은 일종의 신비였을지 모른다. 사람이 와도 사람이 못 되는 사정을 우리는 날마다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람이면서도 사람을 아직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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