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자기 모습을 찍은 사진을 우리나라에서는 ‘셀카’라고 하고 영어로는 셀피(selfie)라고 한다. 과거에는 화가만이 스스로를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 이래 알브레히트 뒤러부터 반 고흐까지 많은 화가들이 자화상을 남겼다. 19세기 사진이 발명된 이후로는 타인이나 풍경만이 아니라 자신을 찍는 시도도 시작됐다. 처음에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다가 나중에는 삼각대와 타이머를 이용해 직접 찍었다.
▷셀카의 기점은 흔히 2010년 전면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잡는다. 휴대전화에 장착한 카메라는 그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셀카는 자기가 자기 모습을 찍는다는 정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된다는 특징이 추가돼야 한다. 간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포하기 위해 사진을 찍게 되면서 사진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으며 이미지로 소통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2014년을 ‘셀카의 해’라고 한다. 셀카가 보편적이 됐다는 긍정적인 의미 외에 부정적인 의미도 함께 갖고 있는데 그해 셀카를 찍다가 죽은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됐다. 201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셀카를 찍다가 죽은 사람이 12명으로 상어에게 물려 죽은 사람 8명을 넘어섰다. 빙하나 절벽 위에서 찍다가 미끄러져 추락사하고 총기를 들고 찍다 오발로 죽기도 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셀카를 찍다가 사망한 사람이 259명이라는 통계가 지난해 나왔다. 평균연령은 23세였으며 남성이 72.5%로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죽음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아찔하게 위험한 순간은 많다. 지난달에는 멕시코의 한 생태공원에서 야생 곰이 두 발로 서서 산책하던 여성의 냄새를 맡는 순간 이 여성이 자신과 곰을 찍은 셀카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본인에게는 ‘인생샷’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무모하다는 비난을 샀다. 이탈리아의 한 박물관에서는 지난달 31일 관광객이 212년 된 조각상에 올라가 셀카를 찍다가 조각상 발가락 2개를 부러뜨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셀카로 인해 모두들 조금씩은 좀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셀카는 자기애의 표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에 대한 긍정이다. 그러나 실상의 자신은 흔히 자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동시에 자괴감의 원인이기도 하다. 남들이 실상의 자신보다 더 좋아할 가상의 자신에 실상의 자신을 맞추기 위해 사진을 조작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점잖게 포토샵이라고 부른다. 지나친 자기애는 심지어 자기 파멸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포토샵으로도 만족할 수 없어 죽음과 바꾼 사진 한 장이 그런 것일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