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층 아파트 재건축을 허용하는 등의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으나 3시간 반 만에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어제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관계부처 장관들 및 서울시와 함께 수도권에 13만2000채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LH, SH 같은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준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정부과천청사 부지 등을 신규 택지로 개발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런데 정부 발표 후 3시간 반 만에 별도 기자회견을 연 서울시 관계자들은 “순수 주거용 아파트는 35층까지만”이라며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공공 재건축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찬성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반박했다. 과천시도 성명을 발표하고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 삼지 말라”며 정부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술 더 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마포에 임대주택을 짓지 말라고 공개 반발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다시 “이견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발표한 지 하루도 안 돼 정책 전체가 무너질 판이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들은 애초에 현실성이 떨어졌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LH 등 공공기관을 참여시켜 고층의 임대아파트를 짓는 ‘공공 재건축’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부는 또 신규 택지를 마련하기 위해 그린벨트 지역인 태릉골프장을 비롯해 용산의 캠프킴, 마포의 서부면허시험장 등 빈 땅들을 샅샅이 긁어모았다. 그러나 태릉골프장은 인근 주민들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교통체증이 심해진다”며 반대하고, 캠프킴 부지는 아직 미국의 반환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일부에서는 “정부가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왔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모처럼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정부에 대한 신뢰만 더 떨어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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