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그제 채널A의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모 전 기자와 백모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지만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의혹 부분은 공소장에 적시하지 못했다. 채널A 경영진이나 보도본부 간부 등 윗선 개입 의혹 역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그동안 이 사건 관련 보도를 자제해온 채널A는 “전·현직 구성원이 기소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부당한 공격과 흠집 내기에 대해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채널A는 중립적이고 공신력 높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까지 거친 상세한 진상조사 결과를 스스로 내놓았고, 지난 4개월 동안 본사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팀의 집요한 강제수사를 받아 왔다. 반면 MBC가 이른바 ‘제보자 X’ 지모 씨로부터 제보를 받아 ‘검언 유착’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보도한 경위와 관련된 고발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MBC가 3월 31일 처음으로 이 사건을 보도한 이후 드러난 정황들은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 제보가 아닌 공작과 기획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MBC 보도 이전에 사건 내용을 여러 친여 성향 인사들이 알고 있었고, 일부는 관여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친여 방송인인 김어준 씨는 4월 3일 “한 달 전에 제보를 받았는데 ‘화면이 있는 방송과 하라. 그것이 훨씬 파급이 있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고, MBC 측은 3월 13일 이 전 기자가 지 씨를 만나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촬영했다. 지 씨는 이 전 기자와 마지막으로 만난 3월 22일에는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이 최강욱 의원과 함께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고 쓴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사기 횡령 배임죄 등으로 여러 건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력이 있는 지 씨는 이 전 기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검찰 핵심 라인과의 통화 육성을 들려달라고 여러 차례 유도했다.
이런 정황들은 MBC 보도가 나오기 이전부터 사건을 ‘검언 유착’으로 몰아 가려는 계획적인 움직임이 있었음을 반증한다. 검찰은 어떤 경로를 통해 MBC에 제보가 들어가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인물들이 관여해 사건을 부풀렸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의 공모 의혹에 대해선 10여 명의 검사를 투입해 총력을 기울인 반면 MBC와 여권 인사 간의 공작 의혹은 시늉만 내다 덮는다면 이는 검찰권 남용이자 법치주의의 근본인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결국엔 수사 지휘부 스스로가 사건을 왜곡한 세력들의 농간에 놀아난 방조범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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