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아프리카의 녹색 만리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8일 03시 00분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극한의 폭염, 사막화와 대기근, 바다를 죽이는 해수 온도 상승, 일상화가 되어 버린 대형 산불, 심해지는 대기오염, 다발적인 팬데믹 발생, 무너지는 경제, 이제 재난은 일상이 된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의 책 ‘2050 거주불능지구’에서 나온 내용들은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세계에서 가장 분쟁이 많은 지역, 가뭄으로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식량 부족으로 많은 주민들이 기근에 처해 있는 지역, 바로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남쪽 사헬지대다. 북쪽의 사하라사막이 기후변화로 매년 남쪽으로 확장하면서 산림이 사라지고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하라사막에 인접한 알제리의 경우 산림 면적이 국토의 1%도 채 남지 않았으며, 국토의 50%가 산림이었던 에티오피아는 이제 2.5%의 산림만 남아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의 발표처럼 사막화가 심각해지자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는 사헬지역 주민 20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아프리카연합은 2007년 기발한 발상을 제안한다. 아프리카 11개 나라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숲을 만들어 기후변화와 지속적인 사막화로 황폐해진 사하라사막 남쪽 지역을 복구하자는 거다. ‘사하라&사헬 이니셔티브’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에티오피아, 말리 등 아프리카 20여 개국이 참여했다. 아프리카 서쪽 끝의 세네갈에서 동쪽 끝의 지부티까지 폭 15km, 길이 7775km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숲의 장벽을 만들겠다는 거다.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1300km 더 길다 보니 ‘아프리카의 만리장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은행 등 수많은 파트너 기관들이 약 4조80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들의 목표는 나무 장벽을 만들어 토양을 안정시키고 기후를 회복하는 것이다. 사하라사막의 남진을 막으면 녹색장벽 주위에서 식량 작물이 자랄 수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주민들을 대거 참여시킨다. 식목만 아니라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엔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1억 ha의 황폐지를 복원하고 대기 중 2억5000만 t의 탄소를 제거하는 한편 최소 35만 개의 농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황폐화된 땅이 살아나면서 니제르의 경우 곡물만 연간 50만 t이 생산되고 이것은 250만 명분의 식량이라고 세계식량기구가 밝힐 정도다. 기후난민으로 떠날 수밖에 없던 사헬지역 주민들이 정착하면 경제적, 정치적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만리장성을 본 인도 정부가 자기들도 녹색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수도 뉴델리 서쪽에 길이 1400km의 ‘녹색 장벽’을 설치해 타르사막의 남진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중 하나인 사막화는 이제 수많은 나라들엔 생존의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그만큼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젠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기후변화 저지에 모두 참여해야 할 때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사하라&사헬 이니셔티브#아프리카의 만리장성#녹색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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