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과격하고 성급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시장에서 부작용이 빚어지면 보완책을 내고 며칠 후엔 그 보완책을 다시 땜질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실무자들은 시장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권의 정책 방향에만 맞춰 생경한 대책을 급조하고, 정책의 한계까지 정확히 살펴야 할 컨트롤타워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한 달 전 정부는 7·10대책을 통해 민간 등록임대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조치를 내놨다. 임대사업자의 순기능을 활용해 전월세 공급을 늘리겠다던 정책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소급 논란까지 거세게 일었다. 세제 혜택이 갑자기 없어지고 면제됐던 세금까지 소급해 내야 하는 임대사업자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정부는 지난 주말 임대의무기간을 다 채우지 않아도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지 않겠다는 보완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이번엔 부부 공동명의는 ‘1인당 1채 이상’인 특례 기준에 미달한다는 법해석 때문에 또다시 반발이 일고 있다.
이달 초 법 통과 직후 시행된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상한제 역시 벌써부터 각종 보완책이 거론되고 있다. 전세를 반전세,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속출하자 정부 여당은 ‘전월세 전환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급조하고 있다. 또 최장 4년간 임대계약 후 전월세 가격 급등 우려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전월세 상한 5%를 신규 계약에까지 적용하는 새로운 땜질 처방을 예고하고 있다.
부동산 입법 몰이를 주도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야당 관계자에게 “시간이 없고 급해서 (일방처리)했다”고 했다고 한다. 금융 세제 교육문제까지 뒤얽혀 극도로 복잡한 부동산시장에서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듯 도입한 정책들이 정상 작동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투기만 막으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란 정부 여당의 일차원적 대책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성과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부동산 정책실험’ 속에 내던져진 시민들이 폭우 속에서 거리에 나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허겁지겁 보완책을 내놓기보다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시장의 목소리에 귀부터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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