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에 대해 “주택·주거 정책의 종합판”이라며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당이 부동산 3법과 임대차 3법을 몰아치기로 처리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혼란과 반발이 일고 있는데 누가 어떻게 보고했는지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의아하기만 하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8월 첫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12% 상승해 전주와 같았다. 6월 말 0.22%였던 데 비하면 주춤하지만 여전히 오름세다. 하지만 전월세 시장은 더 불안해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0.17% 올라 58주 연속 상승했다. 시장에는 전세 물건이 사라지고 서울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월세 비중이 52%를 넘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낮은 편”이라고 했다. 부동산 가격 대비 보유세 비율인 보유세 실효세율은 한국이 지난해 0.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37%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세금을 늘려도 실효세율이 낮은 이유는 세금이 적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급속히 상승해서다. 사는 집 한 채를 가졌을 뿐인데 집값 상승과 세율 인상으로 1년 만에 세금이 40% 이상 오르는 것은 정상적인 세정(稅政)이라고 보기 어렵다. 수도권 1주택 보유자까지 세금 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평균 실효세율이 낮다는 이유로 현실을 착각해선 안 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집 가진 사람은 세금 걱정, 무주택자는 집값 걱정으로 온 국민이 ‘부동산 분노 증후군’에 걸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 주말 폭우 속에서도 서울 노원구와 여의도 등에서는 부동산 관련 시위가 잇따랐다. 정부가 신규 택지개발지구로 발표한 태릉골프장과 경기 과천 등에서는 녹지 훼손과 교통체증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오락가락 땜질 정책으로 인해 주택임대사업자들의 항의도 거세다. 문 대통령부터 현실을 바로 보기보다 정책 결과를 낙관하고 밀어붙이다가 더 큰 문제를 부르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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