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낙관론, 경제에 해롭다[동아시론/김소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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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 반등 기대하지만 어려움 여전
지나친 투자유발 기업에 부담 우려
버블 후 가격 급락, 위기 부를 수도
길게 보는 냉철한 정책판단 필요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코로나19로 2분기 성장률 ―3.3%라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경제에 약간의 희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발표된 몇몇 경제지표는 기존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플러스로 전환되었다. 6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4.2%, 소매판매는 2.4%, 설비투자는 5.4% 증가했다. 7월 수출은 감소했지만 그 감소 폭은 전년 동월 대비 ―7%로 이전보다는 호전된 것이었다. 정부는 이러한 경제지표들과 더불어 중국 경제의 반등을 언급하며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3분기 한국 경제가 V자로 반등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3분기 V자로 반등한 뒤 경기 부진이 끝날 것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 경제활동에 제약이 있다. 국민들과 기업들이 코로나에 점차 적응하면서 경제활동을 늘려가고 있어 처음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보다는 그 충격이 완화됐지만 적어도 코로나 발병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아직 해외에서는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 한국 경제 생산의 반 정도의 수요를 차지하는 수출도 이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부실을 예방하기 위하여 정부는 상당한 신용을 공급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자영업자와 기업들은 아직도 손실을 보고 있다. 향후 적어도 일부는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완전한 회복을 자신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나친 기대감과 낙관론은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 기업들에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지나친 투자를 요구하거나 과도한 투자를 유발한다면 향후 경제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을 때 기업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지나치게 소비를 촉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향후 경제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당장 3분기 V자 반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3분기 V자 반등에 매몰되어 이번에 모든 재정을 쏟아부었는데 코로나19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수해를 복구하기 위해 재정이 필요해졌듯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계획에 없던 재정이 또다시 필요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재정을 코로나 극복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3분기 V자 반등을 위해 3분기에도 손실이 나는 모든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부실화를 막으려고 지속적으로 신용을 공급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손실이 난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손실이 축적돼 부실 규모가 더 커지고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옥석을 가릴 여유도 없었고 신속한 유동성 공급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부실 가능성이 높았던 곳, 향후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곳 등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더 큰 부실을 막기 위해 고려해봐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아직 실물 시장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주식 가격,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적어도 일부는 막대한 신용 공급과 관련이 있다. 향후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는 경우에 신용을 축소하지 않는다면 자산 가격은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결국 버블이 형성되면 이후 버블이 꺼지면서 자산 가격 폭락으로 금융 위기가 발생할 우려마저 있다. 지금은 체감하지 못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집중해 지속적으로 신용을 공급한다면 향후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생각보다 깊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중국에서 발생했을 당시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대유행이 나타나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적었다. 이후에도 상당수는 경제가 단기간에 V자 반등하면서 코로나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미 수개월이 지나갔다. 3분기 V자 반등 후 한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무리한 정책을 시행한다면, 오히려 코로나 충격이 더 깊어지고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고 멀리 내다보는 냉철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낙관론#코로나19#경제위기#v자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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