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회사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일했던 취업준비생 A 씨(28)는 4월 말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소득이 끊긴 그는 신용카드로 식비와 생활비를 겨우 해결하고 있다. 수입이 없어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A 씨는 결국 카드 대금을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다음 달로 넘기는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했다. 리볼빙 잔액이 불어날수록 A 씨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 관련 커뮤니티에는 A 씨처럼 리볼빙을 신청하고 결제 대금을 돌려 막는 방법을 문의하는 글들도 눈에 띈다.
10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4대 신용카드사(신한, 삼성, 현대, 국민카드)의 ‘리볼빙 이월 잔액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잔액은 올해 5월 332억 원으로 조사됐다. 3년 전인 2017년 5월(178억 원)보다 87% 늘어난 금액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20대의 리볼빙 잔액 증가율이 가장 컸다. 이어 60세 이상(28.5%), 30대(16.6%), 40대(13.1%), 50대(11.0%) 순이었다. 장 의원은 “경기 여건이 악화되고, 청년실업이 심화되면서 20대의 소득 여력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카드 리볼빙이 가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저소득·실업위기 청년들에 대한 소득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20대의 신용카드 리볼빙 사용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20대의 리볼빙 잔액 증가율이 늘어난 원인을 20대의 소득 악화나 실업 상황으로만 단정 짓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별로 상황이 다른 것 같다”며 “지난 3년간 자체 통계치를 통해 20대 리볼빙 잔액 비중을 확인한 결과 증가율이 5% 안팎”이라고 말했다.
다만 20대의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 증가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유난히 빨리 늘어난 점은 허투로 넘겨선 안 될 것이다. 청년층의 현금 흐름이 막혀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7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달 7만1000명이 감소했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20대 리볼빙 잔액 증가율이 유독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다”며 “작년(21.97%), 재작년(29.72%) 연간 증가율도 높아 올해만의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얼어붙은 고용시장에서 20대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