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집’ 법인이 지난 5년간 88억여 원의 후원금을 모금하고도 할머니들을 위해 쓴 돈이 고작 2.3%인 2억 원에 불과했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2억 원도 대부분 시설 운영비로 쓰였고 할머니들의 손에 쥐여지거나 복지를 위해 쓴 돈은 거의 없었다.
많은 시민들이 당연히 할머니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믿고 십시일반으로 기부했던 돈은 대부분 나눔의집 법인이 땅을 사는 데 썼거나 건물을 짓기 위한 비용으로 유용됐다. 할머니들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정신적 학대행위까지 있었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일제강점기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게 능욕을 당했던 할머니들의 고통을 치유하겠다며 할머니들을 팔아 법인의 재산 증식에만 몰두했다는 얘기다.
경기도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하니 나눔의집 법인 관계자들에게 무거운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5월 나눔의집 내부 직원들의 양심적인 고발이 있기 전까지 제대로 된 감시 감독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방치했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을 면해서는 안 된다.
나눔의집 의혹에 대한 민관합동조사가 완료된 반면 그보다 앞서 회계부정과 보조금 횡령의혹, 안성쉼터 매매 관련 의혹 등 갖가지 의문이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고발사건은 석 달이 지나도록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검찰 수사팀은 대대적인 압수수색까지 벌여놓고도 정의기억연대 대표를 지낸 윤 의원을 소환 조사도 못 하고 있다. 수사를 맡아온 서울서부지검 지휘부가 최근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바뀐 데다 평검사까지 후속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라 당분간 수사는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분위기다.
공식적으로 국내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이제 17명뿐이다.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이를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일었는데도 진실규명을 위한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짜 이게 나라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행여나 정의기억연대가 친여 성향 단체이고 윤 의원이 현직 집권당 의원이라는 걸 의식해 적당히 시늉만 내는 수사를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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