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차보다 감염속도 빠른 2차 대유행 일촉즉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8일 00시 00분


수도권의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어제 197명 발생해 나흘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서울 사랑제일교회는 어제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담임 목사를 포함해 환자 수가 300명을 훌쩍 넘어 국내 집단감염 사례 중 두 번째로 많은 서울 이태원클럽(210명)을 앞질렀다. 국내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교회와 교인들은 수도권 폭증세가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이번 수도권 감염 사태는 올 2, 3월 대구경북의 1차 대유행 이후 맞는 두 번째 위기이지만 전파 속도가 더 빠르고 감염 양상과 대응 역량 면에서 더욱 위험하다. 대구경북 때는 신천지라는 단일 집단에서 집중적으로 감염이 발생해 역학 조사가 쉬웠고 환자들도 젊은층이 많아 치명률이 낮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회 사무실 카페 등 다양한 생활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나는 데다 환자의 절반이 50대 이상이다. 수도권의 중증 환자 치료병상 339개 중 사용 가능한 건 97개뿐인데 장마 후 폭염이 예보돼 있어 온열 환자까지 발생하면 의료 시스템 붕괴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구경북 때도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중환자의 절반 이상이 경증환자에게 밀려 중환자실에 입원을 못했다. 이후 2차 대유행이 일찌감치 예고돼 있었는데도 2차 유행이 닥치자마자 의료 체계 붕괴 우려가 나오다니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답답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병상과 의료 인력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경증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로 보내고 중증환자용 치료병상을 최대한 확보해 의사 얼굴 한번 못 보고 사망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경북 경산 고교생처럼 코로나 환자에게 밀려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응급실 진료 구역을 구분해 운영해야 한다. 의사들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한방첩약 급여화에 반대하며 예고한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의료 현장을 든든히 지켜주길 기대한다.

지금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구경북 때보다 감염력이 높고 전파 속도도 빠른 변종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반인이 갖는 경각심도 무뎌진 것이 사실이다. 대규모 유행의 초기 단계인 지금 바짝 긴장해 확산 속도를 늦춰놓지 않으면 1차 때보다 더욱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무증상 혹은 경증 감염자가 누적돼 있어 방심하다간 어디서든 누구라도 환자가 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코로나 재확산#2차 대유행#집단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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