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에 있는 한 막국수 음식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보리밥에서 작은 돌이 나왔고, 손님들은 이에 항의했다. 종업원은 연거푸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했다. 손님들은 식사를 계속했고,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손님들은 식사를 마친 다음 계산대로 향했는데, 손님의 첫마디는 “음식값 다 받으실 거예요?”였다.
계산대에 있던 종업원은 하릴없이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경험상 쌀을 씻는 과정에서 그 작은 돌이 걸러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억울한 마음이 들었고, 음식값을 내지 않고 나가는 손님들을 보며 “허참, 자기네가 넣었을지 어떻게 알아”라고 혼잣말을 했다.
운이 나쁘게도 손님들은 그 혼잣말을 들었고, 거친 말과 고성이 쏟아졌다. 으레 ‘갑질’이 그렇듯 그 종업원은 “내 남편이 누군지 아느냐” “내 남편은 대학교수고 나는 치과의사다” 는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 말싸움이 오갔고, 대학교수라는 손님은 그녀와 바닥을 연달아 삿대질하며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딸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야 했다. 작은 혼잣말의 대가는 실로 참혹했다.
분이 풀리지 않았던 손님들은 그 종업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녀는 며칠 동안 냉가슴을 앓다가 나를 찾아왔다. 요즘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하나하나 살피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그 손님들의 고소장을 열람했다.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은 모두 사실로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추가 비용은 받지 않을 테니 고소 대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사법경찰관이 출동해서 그 종업원에게 처음 했던 말은 “손님한테 잘 좀 하시지 왜 그러셨어요?”였다. 그리고 고소 사건 담당 수사관은 “피의 사건 담당 수사관도 나와 잘 아는 사이입니다. 서로 고소 취하해서 원만히 처리하시죠”라고 했다. 그녀는 주말 심야 출석 요구에도 성실하게 임했고, 목격자 손님에게 부탁해 참고인 조사도 받게 했다. 모든 CCTV 영상은 초 단위로 분석되어 제출되었다. 그러나 사건은 결국 몇 번의 조사 끝에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인간이라면 어떤 경우에서든 마땅히 침범당하지 않을 영역이 있다. 그 영역을 침범당하는 자는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큰데,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그 영역을 침범하는 자가 있다면 우리 사회는 그자에게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예외가 생기는 순간 ‘갑질’은 언제든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올 수밖에 없다. 심각한 사건은 아니니까, 좋은 게 좋은 것이니까, 양 당사자 주장이 서로 다르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인간 불가침 영역을 침범한 자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입주민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비원의 부고를 기억한다. 이 또한 본인의 사건이 예외로 치부되어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는 무력감, 사회적 불신이 만들어낸 참사다. 위법한 ‘갑질’은 처벌받는다는 굳건한 원칙이 우리 사회에 생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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