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의 모든 활동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 조간들은 2면쯤에 ‘총리 동정’란을 두고 전날 총리의 행적을 분 단위로 기록한다. 정치부 막내 기자의 첫 임무가 관저 입구를 지키며 들고 나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이 관행을 두고 프라이버시와 보안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은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늘 이겼다. 총리가 하루 한 번 이상 관저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약식 기자회견(부라사가리) 전통도 이어져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심각해 보인다. 공식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부라사가리도 한 달 반 넘게 하지 않는가 하면, ‘피를 토했다’는 보도에 이어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제 게이오대 병원에 입원해 7시간 반이나 검진을 받은 일은 건강이상설에 기름을 부었다. ‘동정’에 가끔 총리가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3∼4시간을 보냈다는 기록이 실리는데, 호텔방에서 진찰을 받은 것이란 소문이 있었다.
▷2007년 9월 집권 1년 만에 갑작스레 총리직을 내던진 당시의 데자뷔를 말하는 언론도 적지 않다. 당시 참의원 선거 참패와 연이은 내각 스캔들로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었다. 오전까지도 머리를 젓던 그는 점심 때 사퇴를 발표한 뒤 병원에 입원해 버렸다. 당시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도져 하루 수십 번 화장실을 오가던 상황이었다는 설명이 나온 것은 수개월 뒤였다. 2009년 개발됐다는 신약 덕인지, 2012년 12월 두 번째 집권한 그는 예전보다 눈에 띄게 활동적이었다. 약의 부작용으로 약간 ‘업’된 상태라는 소문도 돌았다.
▷코로나와 함께 닥친 불운일까. 한때 그가 누렸던 모든 행운이 빛을 잃어가는 듯하다. ‘아베노믹스’를 구가해온 경제는 이 상태라면 올해 GDP 증가율이 ―27.8%로 전망되고 있다. 국운 도약의 목표로 삼았던 2020년 도쿄 올림픽도 길을 잃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남길 레거시를 찾아 헤매지만, 확실한 것은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뿐인 듯하다. 지난해 11월 20일을 기해 통산 재임 2887일로 최장수 기록을 깼는데도, 24일이면 ‘연속 재임일수’에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의 2798일 기록을 추월한다고 강조한다.
▷그간 양국을 다 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양국의 수장을 맡는 한 한일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포스트 아베 시대에는 한일관계가 나아질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일본 총리는 하루아침에도 바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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