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우다 쿠다 슈다’식 선거가 되면 안 된다.”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인 19일 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런 표현을 썼다.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총득표 수에서 280여만 표 앞서고도 대통령직을 내준 4년 전 선거를 빗대, 올 11월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확실하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도 총출동해 트럼프 공격에 화력을 집중했다.
▷‘우다 쿠다 슈다!’ 마녀의 주문 같기도 한 이 말은 여성 뉴요커 4명의 이야기로 선풍을 불렀던 옛 미드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주인공들이 입버릇처럼 외친 말이다. “그렇게 할걸(would have+PP·과거분사),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could have),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should have)”를 뭉뚱그려, 과거를 후회하는 말이다. 가령 “I should have gone”은 “갔어야 했는데 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불상사가 벌어진 뒤, 돌이켜보며 탄식하는 후회막급한 마음이 전해져 온다. 나아가 “후회하면 뭐 하나”, “세상사, 아무도 모른다”는 푸념으로도 쓰인다. 단어의 리듬감이 재미있는 데다 인생살이나 러브스토리에서 흔한 상황이다 보니 이를 제목으로 한 노래도 여럿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공화당 유력인사들도 줄줄이 참석해 “트럼프를 다시 뽑느니 바이든에게 표를 주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정상적이지 못한 국가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미국인들에게 “여러분의 삶과 생명이 걸려 있는 투표처럼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투표권은 국민의 것이다. 4년 전 미국민이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기존 정치인 등 엘리트들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대변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들에게 바이든을 지지하는 엘리트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다.
▷개인이건 조직이건 잘못된 길로 들어선 패착의 순간들이 있다. 국가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한 투표들도 그럴 수 있다. 훗날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거나 “그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라며 후회해 보지만 한번 지나간 일은 고칠 수 없다. 앞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계할 따름이다. 선택지는 두 가지. 계속 잘못된 길로 직진하며 올바른 길을 찾아보거나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하거나.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인간이기에. ‘과거는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그 운율은 반복된다’(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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