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를 보던 기자 뒤에서 아이가 한 말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새 학년을 맞아 자녀가 다니는 학교 교장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개학 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전 프로토콜’을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켜야 할 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프랑스는 9월 1일 새 학년이 시작된다.
‘등교 시 손가방 금지, 모든 짐은 등에 메기, 다른 학급 혼합 금지, 1m 내 접근 주의, 공동 식사 금지, 마스크 의무 착용….’
메일을 받은 학부모들은 “저학년은 교실에서 장시간 마스크 쓰는 게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는 최근 하루 4000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그러자 프랑스 교육당국은 ‘11세 이상만 마스크 착용’으로 프로토콜을 변경했다. 프랑스 교사 노조는 17일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비판하며 “개학을 일주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독일 스페인 영국도 2차 확산으로 이런 ‘개학 혼란’이 커지고 있다. 준비 없이 대면 수업 재개 시 1차 확산의 최대 2.3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새로운 선생님, 새 친구들을 만나 설레는 마음으로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에 각종 통제만 받게 된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유럽에서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1883∼1900년에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피해를 입은 세대를 지칭한 표현이었지만 이제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것을 잃는’ 또 다른 세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쓰인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188개국 16억 명의 학생이 부실한 교육 환경에 놓였다. 학교가 하루 문을 닫을 때마다 학업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0.57%씩 증가한다고 BBC는 보도했다. 두 달만 학교에 안 다녀도 이미 달성한 학업 성취의 25%가 증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장의 학업 손실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의 인지력, 사고력에도 악영향을 준다.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과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화상 수업도 한계가 명확하다. 기자가 만난 10여 명의 프랑스 학생은 “화상 수업은 평소 학습의 30%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마저 인터넷이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우려가 커지자 19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미국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등 세계 리더 275명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 “코로나19 사태로 영구적 피해를 보게 될 ‘잃어버린 세대’를 위해 특별교육예산 마련 등 대책을 세우라”는 서한을 보냈다.
현재로서는 방역에 충실하면서 무탈하게 수업이 진행되길 기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와 함께 독서 목록, 홈스쿨링 등 학교 밖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에 대해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는 프랑스 학부모들이 주변에 많다. 지금 아이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작은 실천이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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