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묻는 당신의 말에는 뼈가 들어 있다. 밤이 깊어지면 나는 그것을 안다. 까마귀 떼가 서쪽으로 날아가는 이 는개 속에서 당신 말의 뼈가 목에 걸린다. 희디흰 당신의 외로움을 등 뒤에서 나는 찌를 수가 없다. 당신의 말은 타오르는 석윳불, 밤이 깊어지면 나의 말은 그 불에도 타지 않는 씨가 된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가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사람은 이성적인 동물이다.’ ‘우리는 이성을 가진 특별한 생명체야.’ 이런 뜻이니까 내가 고대인이었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규정에 굉장히 기뻤을 것 같다. 한편 기쁜 만큼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인간 되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과 악이 다름을 알고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라는 것을 아는 것. 자율적으로 행동하되 타인과 의사소통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이성을 가진’ 인간의 속성이다.
그런데 늘 그렇듯 이론은 실전과는 달라서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살다 보면 별의별 인간을 다 만나게 되고 때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틀렸던 것은 아닐까 회의하게 된다. 그런 회의 속에 읽는 강인한 시인의 시는 제목 그대로 목에 걸려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을 믿으세요?” 시에 나오는 이 질문은 궁금해하는 질문이 아니다. 질문자는 누군가에게 호되게 배신당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이건 인간을 참 믿기 어렵다는 회의감에서 나온 질문이다. 우리가 우리를 배신하고, 세상이 우리를 회의하게 한다. 우리는 인간을 믿을 수 있을까. 이 말은 목에 걸리는 말일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내내 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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