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불건전채팅 근절돼야[현장에서/이건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4일 03시 00분


유명 모바일게임 채팅창 캡처
유명 모바일게임 채팅창 캡처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주부 김모 씨(44)는 초등학생 자녀가 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화면을 살펴보다 두 눈을 의심했다. 모든 이용자들이 볼 수 있는 실시간 채팅창에 “노예 구함” “(몸) 영상 있음” 등 음란한 글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김 씨는 “모든 연령대에서 이용 가능하고 유명한 게임인데도 이 정도일 줄이야…”라며 충격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게임 이용자와 이용 시간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게임 이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게임 속 ‘불건전 채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임사들이 이를 뿌리 뽑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동원하고 있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이를 비웃듯 여전히 음담패설을 내뱉고 있었다.

초등학생 이용자가 많은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개발사 넥슨은 5∼7월 사이 불건전채팅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며 미성년자 대상 불건전 채팅을 한 이용자 3174명에 대해 채팅을 영구 제한했다. 욕설 등 불건전 대화가 적발된 9921명에 대해서도 30일 동안 채팅 정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진이 살펴본 결과 그럼에도 불건전 채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카트라이더뿐 아니라 불건전 채팅은 게임의 이용 연령대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전체 채팅창 등에서 찾을 수 있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개인 간 채팅이나 음성채팅의 불건전성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근 여성과 청소년 게임 인구가 늘고 있어 게임사들은 불건전 채팅을 더욱 민감하게 보고 있다. 넥슨은 이달 12일 AI를 활용한 불건전채팅 감시 체계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엔씨소프트는 특정 단어를 쓸 수 없게 하는 ‘채팅 자동제한’ ‘AI 스팸 필터링’ 등을 사용 중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초성만 활용하거나, ‘예’를 ‘@ㅖ’로 쓰는 것과 같이 특수문자나 영문 등을 혼용해 감시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6일 발간한 2020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모바일 게임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자 비중은 47.1%를 차지해 변화 없음(45.7%) 응답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게임 이용자도 늘어나고 불건전 채팅에 대한 불만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게임사의 노력이나 신기술만으로 게임 내 불건전 채팅을 줄이는 건 한계가 있다”고 했다. 불건전 채팅을 줄이려면 이용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게임이 코로나19 시대를 대표하는 건전한 여가 생활로 자리 잡기 위해 회사와 이용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
#불건전 채팅#게임#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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