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어제 남북 물물교환의 하나로 검토하던 남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간 교역사업의 반출 승인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남측의 설탕과 북한의 술을 맞바꾸기 위해 계약까지 체결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기관으로 뒤늦게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설탕-술 교역사업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내세운 이른바 ‘작은 교역’의 첫 사례로 주목받은 사업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물물교환 방식의 소규모 교역으로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그 시작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다. 그나마 반출 전에 중단돼 유엔 제재 위반을 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정부는 이 사업의 성사를 위해 적잖이 신경을 썼다.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조치 이후 첫 남북 물품거래인 데다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첫 교역사업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유엔 제재 대상임을 확인받고도 “검토 중”이라고 했고, 어제도 ‘작은 교역’의 철회는 아니라며 사업 계획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과잉 의욕은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되는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의 불투명한 처리방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물품 반출이 끝난 지원사업 4건의 북한 내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최근엔 반출경로나 지원대상도 비공개로 처리하는 데다 중국 무역회사가 끼어든 3자 계약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검증 불가의 ‘깜깜이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우리 스스로 할 것’은 한미 워킹그룹 논의도 건너뛰겠다며 대북교역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북한이 별 호응을 보이지 않기에 망정이지 이러다 한국이 제재 위반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유엔 제재는 국제법에 준한다. 조급증으로 정부가 국제법 위반을 승인해줬다는 불명예 딱지를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