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남긴 말이다. 27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이 장관의 마음이 고스란히 축약된 한마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교류, 작은 협력에서부터 출발하려 한다”며 취임 전부터 줄곧 강조해 온 소규모 남북 협력 구상인 ‘작은 기획’들을 재차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 ‘작은 기획’의 사업들로 물물교환, 개별 관광 등을 내놓았다. 그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창의적 방식’으로 물꼬를 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2017년 북한의 잇단 도발로 유례없이 촘촘해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피해 남북협력 사업을 성사시키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이 장관이 취임 전부터 물물교환 구상을 강력히 밝혀온 터라 한국의 한 단체가 추진한 북한 술과 한국 설탕의 물물교환 사업에 대한 관심은 특히 컸다. 결과적으로 사업 계약을 맺었다는 북한 측 기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더 큰 문제는 사업 무산 자체가 아니라 무산되는 과정이었다. 사업 승인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일부는 매번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북한 측 기업이 제재 대상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국가정보원이 통일부보다 먼저 이 기관이 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밝힌 뒤에야 이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달 초에 (정보기관과) 소통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제재 대상임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교역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한미 간 대북 제재 협의 기구인 ‘워킹그룹’을 통하지 않고도 남북 교류를 진행하려는 모델을 만들려는 의욕이 강한 나머지 이번 문제가 자칫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북한은 여전히 정부의 대화 요청에 묵묵부답이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물교환이나 쌀, 약품을 주는 인도적 지원 구상이 북한이 원하는 제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작은 기획’들의 성공을 모아 큰 그림을 완성하려는 이 장관의 의도와 달리 작은 실패들이 반복돼 도리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보다는 밝힐 건 밝히는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다. 그래야 다수 국민의 공감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물교환 첫 사업의 교훈이 이 장관이 평화의 길에 놓겠다는 첫 번째 ‘노둣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