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류협력법 개정, 국제사회의 제재위반 경계심만 자극할 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8일 00시 00분


통일부가 어제 남과 북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상대 지역에서 사업하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서, 북측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경제협력사업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가 이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조항들이 그대로 담겼다.

통일부가 논란 많은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고집을 넘어 오기에 가까워 보인다. 남북 경협사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금지한 ‘합작’으로 간주될 수 있고 금융거래와 금수품목 이전 금지 규정을 어길 소지도 다분하다. 정부가 앞장서 국제사회의 경계심을 자극할 무책임한 입법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통일부는 “추상적 법률만으로 제재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변한다. 사업 진행은 단계마다 정부가 승인하기 때문에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과연 그럴까. 통일부는 최근 남북 설탕-술 교역사업의 북측 기관이 유엔 제재 대상임을 뒤늦게 확인해 일단 승인을 보류했다. 그 기관이 명칭만 바꿔 나올 수도 있는데, 과연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정안에는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 기업을 지원할 근거도 신설됐다. 중단 명령 시 그 피해도 보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국회에는 투자자산의 손실보상을 넘어 미실현 기대이익까지 보상해주는 법안도 올라와 있다. 위험 감수가 불가피한 대북 경협을 손해 없는 한탕주의 사업으로 만들 수도 있다.

요즘 통일부의 일처리는 늘 시끄럽고 뒷말이 많다. 제재 위반의 안전장치인 한미 워킹그룹마저 건너뛰겠다고 한다. 그나마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제재 위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는 게 다행일 뿐이다.
#통일부#교류협력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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