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아있는 권력 수사 그만하라는 검찰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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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어제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검찰조직 내부를 향해 앞으로는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는 하지 말라는 뜻을 확실하게 전달한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검찰 내 중요 사건 수사를 도맡아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차장·부장검사들은 이성윤 지검장과 가까운 이른바 ‘이성윤 라인’이 핵심 보직을 맡게 되면서 이 지검장에게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이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사실 누설 의혹 사건을 다루는 재경지검에도 이성윤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승진 또는 전보됐다.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민감한 사건들은 사실상 이 지검장이 컨트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왔던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으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한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수원지검으로 각각 밀려났다. 이달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력화시키고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쌍두 체제로 검찰 수뇌부를 재편한 데 이어, 실무 수사지휘 라인까지 정권의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진 것이다.

채널A의 신라젠 의혹 사건 취재 과정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차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정진웅 형사1부장도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의 유심카드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 논란을 불러일으켜 감찰 대상이자 피의자 신분이 됐는데도 영전의 특전을 준 것이다. 그에 반해 정 부장검사를 감찰했던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검사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해도 검찰 독립의 중요성을 감안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존중해 중립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민주화 이후 어느 정권에서도 이렇게 드러나게 정권의 입맛대로 수사지휘 라인을 채운 적은 없었다. 추미애 장관 취임 이후 두 차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검찰 직제개편에 이어, 중간간부 인사까지 권력 줄 세우기 인사가 마무리됨으로써 검찰로서는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일선 검사들이 권력의 의중에 주눅 들지 말고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것만이 검찰의 독립을 지키는 길이다.
#법무부#권력#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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