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기상청’을 위한 해명[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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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초등학생 시절 어느 여름방학 때의 추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처마 밑으로 들어가 잠시 기다리는 것은 당시 여름날의 서정적인 풍경 중 하나였다. 그 무렵 날씨의 변화는 구름 위 하늘나라의 이야기처럼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맑은 날씨이지만 지하철에서 우산을 들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이런 날은 꼭 비가 온다. 요즘은 시간별 날씨와 일기예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기상위성 사진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과 대만 부근의 구름 한 점 없는 곳, 구름이 몰려 있는 곳, 태풍이 올라오는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스마트폰 안에 기상위성이 들어 있는 셈이다.

기상위성의 모태는 인공위성이다. 1957년 옛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다. 그리고 196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타이로스 1호는 정지궤도 위성으로서 기상 관측을 시작했다. 기상위성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 이르러서야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1호를 발사했다. 천리안 1호는 지상 3만5800km 상공에서 기상위성에 장착된 5개의 채널을 통해 24시간 기상 및 해양을 지속적으로 관측했다. 실시간 구름의 움직임, 야간 안개와 산불 현황, 해수면과 지표면의 온도, 황사 현황과 구름의 고도, 대기 상층의 수증기량, 대류권 상층의 흐름과 바람의 방향 등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천리안 1호 위성의 뒤를 잇고 있는 천리안 위성 2A호는 더 진화했다. 자료전송 속도도 115Mbit(메가비트)로 18배 증가했으며, 15분마다 측정하던 주기는 2분으로 더 짧아졌다.

기상 관측의 핵심 요소는 정확한 관측 장비, 수치모델, 예보관의 능력이다. 기상 예측에는 물리학적 기본 법칙들이 적용된다. 질량, 운동량, 마찰력, 에너지 복사, 수증기의 상변화를 변수로 하는 5개의 방정식을 만들어 해석함으로써 기상을 예측하는 것이다. 아직은 이르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다면 더 정확해질 것이다.

기상청의 예보가 맞지 않을 때면 ‘양치기 기상청’이라는 말이 나오곤 한다. 한반도는 극지방의 찬 공기와 적도지방의 더운 공기의 영향을 받는 대륙과 해양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 위치상 복잡성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환경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북극의 고온 현상을 포함하면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

코로나19 사태로 발사를 미루고 있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중형 위성이 발사된다면 앞으로 더 정확한 관측이 가능해질 것이다. 기상청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기상관측 기술이 정확해지고 있다 하더라도 지구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간 진화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지구의 역사를 고려한다면, 어쩌면 지구의 기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을 읽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양치기#기상청#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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