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국가의 운명[임용한의 전쟁史]〈125〉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일 03시 00분


백인들이 북미 대륙에 상륙했을 때 이곳에는 수천만 명의 아메리카 인디언이 살고 있었다. 남북전쟁 후에 골드러시와 인디언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수백만 명의 인디언이 한 줌도 되지 않는 백인 정착자들에게 밀려 동부 지역에서 밀려났다. 백인들의 무기가 아무리 월등했다고 해도 인디언들의 무력한 패배는 불가사의하다. 백인들이 가져다준 전염병에 몰살했다는 설도 생겼다.

바이러스가 결정적이었다고 해도 인디언 사회의 사회정치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제퍼슨 대통령 시절 서부지역 탐험을 위해 루이스·클라크 탐험대가 파견되었다. 이 탐험대에 새커거위아라는 인디언 여인 한 명이 참가했다. 그녀는 쇼쇼니 부족으로 어릴 때 주변 인디언 부족에게 납치되어 백인에게 팔렸다. 놀랍게도 탐험대는 우연히 그녀의 고향에 진입했고, 그녀는 오빠, 친구와 기적 같은 재회를 한다.

쇼쇼니족은 허약한 부족이어서 산속에 숨어 살다시피 했다. 반면 수족은 두려움이 없는 강대한 부족이었다. 나중에 인디언 전쟁 때 수족은 항쟁의 중심이 되었고, 쇼쇼니는 착한 인디언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카 인디언 사회는 통합된 국가가 없었다. 부족들은 서로 갈등하고 약한 부족은 철저히 탄압했다. 이것이 백인들이 쉽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따지고 보면 카이사르가 겨우 15개 군단으로 갈리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똑같다.

레닌은 국가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통치하기 위해 만든 기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뒤집으면 정의로운 계급에 의한 정의로운 독재를 옹호하는 이론이 된다. 아니다. 국가의 진짜 기능은 통합이다. 내적으로 차별과 불균형을 완전히 해소한 국가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지만, 1차적 목적은 통합이고 여기에 실패한 국가는 멸망했다.

지금 우리 정부는 분열에 재미를 붙였다. 편 가르기가 도를 넘어 없던 갈등까지 만들어서 국민들끼리 싸움을 붙인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백 년을 지은 건물도 파괴하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임용한 역사학자
#골드러시#인디언 전쟁#아메리카 인디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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