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정상 BTS[횡설수설/송평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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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중음악 빌보드 순위는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과 싱글차트인 ‘빌보드 핫 100’으로 양분된다. 싱글차트는 앨범이 아니라 곡별 집계다. 일반인들은 앨범이 아니라 곡을 기억하기 때문에 싱글차트야말로 대중의 인기를 가장 잘 반영한다. BTS는 2018년부터 4장의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계속 싱글차트에도 도전했으나 올 2월 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에 ‘다이너마이트’로 1위를 차지한 것은 명실공히 팝의 정상에 오른 것을 뜻한다.

▷빌보드 싱글차트 1위의 의미는 40대 중반 이상의 중장년층이 더 잘 알 수도 있다. 이들이 청소년이던 시절 라디오로 미국 팝송을 틀어주는 프로그램과 이종환 박원웅 황인용 김광한 김기덕 같은 DJ들의 인기가 높았다. 그들이 소개한 곡이 주로 빌보드 싱글차트의 곡이다. 멀고 높게만 느껴지던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우리 가수의 곡이 오르는 건 그때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부터는 한국에도 젊은 감각의 대중음악곡이 많아져 굳이 미국 팝송을 찾아 들을 필요가 없어지고 빌보드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한국 음악이 더 이상 우리끼리 듣고 마는 음악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팝이 되면서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우리가 주체로서 빌보드에 접근했다. 2009년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76위를 기록하며 처음 싱글차트에 들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위까지 올랐다. 지금도 BTS 외에 블랙핑크가 계속 차트에 곡을 올리고 있다.

▷영국 뮤지션 에릭 클랩턴의 자서전을 보면 그가 청소년이던 1960년 무렵 당대 인기 있던 자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더 영 원(The Young One)’ 같은 노래를 듣다가 TV가 보급되면서 방영되기 시작한 미국 대중음악 프로그램에 매료되는 얘기가 나온다. 비틀스는 클랩턴과 동 세대의 영국인 그룹이다. 비틀스는 무려 20곡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려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선두에 섰다. 미국 대중음악을 부러워하며 자란 세대들에 의해 미국 시장으로의 대침공이 이뤄진 것이다.

▷BTS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았다.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다. BTS는 온라인 중심으로 형성된 아미(ARMY)라는 세계적 팬덤의 기반 위에서 서구의 적잖은 팝가수들이 보여준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이미지와 달리 자기계발의 모범으로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정의감을 북돋우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BTS는 어쩌면 디지털시대의 비틀스일지도 모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팝#정상#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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