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논란에 의사 파업 확산, 지역의사제 등 지속가능성 떨어져
필수科 지원 유도하는 정책설계 필요… 의사 양성은 평생 이어지는 교육과정
협의체 통해 의료발전계획 세워야
온 세상이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19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일상생활의 모든 면을 바꾸는 위력을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면서 나라별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비교도 이뤄지고 있다. 공공의료가 부족하다는 우리나라는 K방역으로 선전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중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커졌고 급기야 의사 총파업 사태로까지 번졌다. 갈등은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사 수가 부족한지,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부터 시작해 공공의료, 의사의 지역별 불균형, 필수의료 부족 문제 등 보건의료정책과 관련된 현안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정책들은 의사 인력과 관련된 문제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관련된 이슈여서 문제의 해법이 단순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 양성을 책임지고 있는 의과대학은 전국에 40곳으로 국립 10곳, 사립 30곳이다. 주로 민간교육기관들이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 양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의사의 공공성을 높이라는 요구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지난 20년 동안 보건의료정책은 체계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정책이 갑자기 정치,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것에 대해 의료계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의사제와 같이 의사들을 강제로 배치하는 것은 이미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고 외국에서도 실패 사례가 확인됐다. 보다 지속가능한 정책을 위해서는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의사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육성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 사회, 의료계가 함께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의사 양성 과정에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와 사회가 의사 양성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의사 양성 과정은 의대에서 배우는 ‘기본 의학 과정’부터 시작한다. 의사면허 취득 후 전문의 취득을 위한 ‘졸업 후 교육’, 전문의 취득 후 ‘평생교육(전문직업교육)’으로 연결된다. 이것으로 교육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의학 지식을 취득하기 위해 평생 동안 공부하게 한다. 각 과정이 환자 진료에 소홀함이 없도록 구성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의사 양성에 드는 비용은 의대에 입학해서 전문의를 취득할 때까지 1인당 평균 8억7000만 원에 이른다.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이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교육할 것인가는 미래의 보건의료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보건의료정책들을 향후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고민하여 수립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적어도 10년 이후에 발생하므로 당장 해야 할 노력이 무엇인지 찾을 필요가 있다.
의사 양성을 1차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그동안 질병 위주의 교육에 의사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는 교육 과정을 추가했다. 이는 개인의 질병뿐 아니라 건강보험제도를 포함한 사회적 의료 환경이나 집단 건강 등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작업이다. 향후 배출되는 의사들은 질병 자체의 관점만이 아니라 사회, 환경적 맥락에서 환자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고 의료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많이 가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교육이 가진 힘이다.
그러나 교육만으로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에 근무하거나 필수과를 많이 선택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의료 취약지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필수과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많은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파업 사태를 계기로 의학교육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정협의체가 구성되어 의사 양성에 대한 정책을 포함한 보건의료 발전 계획이 꼭 수립되기를 바란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진입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의료계 파업 사태로 국민들에게 많은 염려를 끼쳐 드린 것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타결점을 찾아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교육 현장으로 돌아오고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가 코로나19 사태에 집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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