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지원금이 가시화되고 있다. 당정청은 이번 주에 안을 만들어 추석 전에 시행하겠다고 한다. 1차 때와 달리 선별 지급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더 급한 분들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움을 드리는 것이 이론상 맞다. 저의 신념”이라고 했다.
이 대표 말대로 더 어려운 사람에게 더 두텁게 빨리 줄 수 있다면 최선이다.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사람을 선별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추석 전엔 힘들 수 있다.
1차 때 경기도와 서울시를 비교하면 쉽다. 당시 중앙정부가 주는 지원금과 별개로 경기도는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줬다. 3∼4주 만에 지급했다. 반면 서울시는 소득 하위 50%에게 가구당 30만∼50만 원을 줬는데, 선별 지급하는 데 3∼4개월 걸렸다. 3000억 원으로 예상했던 예산은 5000억 원으로 늘었고 선별하는 행정비용만 300억 원 들었다.
정부가 1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했다면 지금까지도 다 지급하지 못했을 것이다. 2차는 어떤 방식의 선별인지 모르겠으나 1차 때 기획재정부가 내놨던 소득 하위 50%나 70%는 안 된다. 건강보험료로 소득 하위 50%나 70%를 선별하는 것인데, 건보료는 작년이나 2018년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코로나로 인한 소득 감소나 피해를 전혀 반영할 수 없다. 선별하는 데 몇 개월 걸리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나는 사회통합이나 경제성과 측면에서도 한 번 더 전부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대표 경선 때 김부겸 후보는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 그는 “선별은 정확성이 떨어지고, 정확하지 않으면 반드시 공정성 시비가 일게 마련”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옳다. “하위 50%는 주고 50.1%는 안 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성과 측면에서도 한국은 올해 상반기에 중국 다음으로 선방했다. 그 이유는 방역이 비교적 잘돼 국내가 셧다운되지 않은 것, 금융지원과 고용유지, 그리고 재난지원금 효과였다고 본다. 현금을 주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사용 기한이 정해진 카드로 주기 때문에 99% 소비로 이어진다. 여기에 부자들도 내가 낸 세금 모처럼 돌려받아 좋고, 백화점만 가다가 재난지원금 쓰려고 전통시장 가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종합부동산세 내는 부자도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기꺼이 세금 낼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이렇게 급할 때 쓰라고 지켜온 것이다. 코로나 이후 한국도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지만 재정건전성 세계 순위는 높아지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더 빚을 많이 내 더 많이 뿌린다는 얘기다. 전 국민에게 20만 원씩 주면 10조 원, 절반만 주면 5조 원인데 소비 효과를 감안하면 실제 재정부담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국가 재정을 걱정해 선별로 간다면 방법은 있다. 지자체들이 평소 관리하는 기초생활수급자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피해를 본 음식점 노래방 같은 자영업자들에게만 지급하는 것이다. 소득이 줄어든 사람은 모두 신청하게 해서 일괄 지급하고, 검증은 내년 초 소득세 신고 때 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에도 형평성 시비는 일어날 것이고, 이럴 거면 굳이 2차 재난지원금이라고 이름 붙여 국민의 기대만 높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어차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계속 줄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실업부조 등 빈곤층 복지를 촘촘히 하고, 국민의 소득 증감을 즉시 확인해 ‘빠른 선별 지원’이 가능한 행정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신념보다 경제 현실과 행정 능력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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