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그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하니[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3시 00분


미국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논란이 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왼쪽 사진)과 짐 케니 필라델피아 시장(오른쪽 사진 가운데). 사진 출처 폭스뉴스·NBC필라델피아
미국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논란이 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왼쪽 사진)과 짐 케니 필라델피아 시장(오른쪽 사진 가운데). 사진 출처 폭스뉴스·NBC필라델피아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우리 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로감이 역력합니다. 이럴 때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코로나 ‘내로남불’을 보면 스트레스 레벨이 치솟죠. 미국 사례들을 모아봤습니다.

△“It feels almost like a slap in the face!”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코로나19로 실내영업이 금지된 샌프란시스코의 한 미용실 내부에서 샴푸를 하고 젖은 머리로 돌아다니는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마스크도 안 쓴 채 말이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미친 낸시 펠로시”라고 조롱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미용실 주인은 말합니다. “이건 완전 (영업을 못하는 미용실들에 대한) 모욕이에요!” 만약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한 대 맞았다면 모욕감, 수치감, 불쾌감 등이 쌓이겠죠. 그럴 때 ‘a slap in the face’라고 합니다.

△“Read the room, Kenney.”

짐 케니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장은 자기 도시 식당들에는 실내영업 중단 조치를 내려놓고 옆 동네 메릴랜드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진이 찍혔습니다. “친구 식당을 지원하기 위해 갔다” “그쪽 지역은 우리 쪽보다 코로나19가 덜 위험하다”는 등 내놓는 해명마다 필라델피아 시민들의 염장을 길렀습니다. 필리매거진이라는 지역 매체가 사설에서 따끔하게 충고합니다. “케니, 분위기 파악 좀 해.” 우리가 낯선 환경에 처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분위기를 ‘읽는’ 것입니다. 그럴 때 ‘read the room’이라고 합니다.

△“What a hypocrite.”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재난지원금과 비슷한 성격의 경기부양 현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1차는 현재 지급 중이며 2차 지원도 의회에서 논의 중이죠. 얼마 전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현금 지급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소비 진작 효과가 별로 없다는 거죠. 그러자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하차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 위선자야”라고 쏘아붙입니다.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의 사업을 벌이는 머스크가 정부로부터 각종 보조금 혜택을 받았으면서 정작 돈이 정말 필요한 서민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왜 반대하느냐는 비판이었죠. 정직을 최고 덕목으로 여기는 미국인들은 ‘liar(거짓말쟁이)’와 더불어 ‘hypocrite(위선자)’도 최악의 욕으로 칩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코로나19#피로감#사회지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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