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최하위에 처져 있는 한화에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인 18연패를 기록하며 감독이 중도 사퇴하고 강제 세대교체에 돌입한 한화에서는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2군 선수 중 추가 확진자가 1명 더 나오는 데 그쳐 리그 전체 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한화는 구단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선수 50명과 코치 7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갔기 때문. 여기에는 컨디션 회복을 위해 2군에 내려가 있던 팀의 주축 김태균과 정은원, 그리고 둘을 대신해 1군에 올라간 선수 2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빨라야 11일부터 격리에서 해제된다. 2군에서 선수 수급이 불가능해진 한화 1군은 당분간 다른 팀보다 2명 적은 31명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행정상의 미숙함도 드러났다. 구단 대표이사가 어려워진 상황을 타개해 보려 직접 나서 방역당국에 확진자가 나온 육성군 외 선수단의 격리해제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가 거절당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했다. 안되는 집안에서 생기는 전형적인 악순환이다.
현재 27승 1무 71패를 기록 중인 한화는 사상 첫 ‘시즌 100패’도 당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연이은 악재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야 이해는 된다.
하지만 아무리 갈 길이 바빠도 방역에 예외나 ‘봐주기’란 있을 수 없다. 잠시 느슨해진 틈을 노려 대유행 위기감을 일으켰던 게 코로나19가 보여준 냉정한 위력이 아니던가. 더구나 한화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즌 개막 전 마련한 ‘유증상자 즉시 보고’ 지침까지 어겼다. 자칫 1군 선수단에게까지 코로나19가 번졌을 경우 리그 전체 파행의 주범이라는 꼴찌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 뻔했다.
남은 시즌 방역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건 한화뿐 아니라 모든 프로야구팀의 최우선 과제인지 모른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이한 태도가 야구장을 지키던 방역의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다.
야구선수 확진자 발생 직후 일부 팀에선 마스크를 끼고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생겼고 이는 곧 리그 전체로 번져갔다. 3일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채 타석에 들어선 KIA 최형우는 이후 4경기에서 19타수 9안타(3홈런)의 맹타(타율 0.474)를 휘둘렀다. 숨이 차도 열정적으로 치고 달리는 모습에 환호가 쏟아졌다.
한화도 코로나19를 넘어 희망을 찾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사기마저 꺾여선 안 된다. 부상 중인 한화 베테랑 안영명(36)은 “던질 수 있다”며 1군의 빈자리를 채웠다. 한화 영건 김민우(25)는 키움전에서 최근 가장 좋은 모습(6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비 온 뒤에 땅도 단단히 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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