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군과 검찰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당초 이 사건은 휴가 미복귀가 군무이탈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휴가연장 처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느냐를 밝히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수사를 맡은 서울동부지검이 8개월이 넘도록 시간만 끌다가 추 장관의 국회의원 보좌관의 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졌다.
추 장관의 보좌관이 휴가연장 여부를 문의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 1주일여 만에 추 장관 아들의 병가 근거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병가 자체가 규정을 지키지 않은 특혜였다는 의혹부터 용산 근무 배치 청탁 의혹, 평창 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까지 줄줄이 불거졌다. 군 관계자들의 증언대로 추 장관 아들을 위한 여러 청탁이 국회 보좌진을 통해 이뤄진 게 맞다면 국민 세금으로 의정활동을 잘하라고 고용한 보좌진을 아들 민원 뒤치다꺼리를 위해 사적으로 동원한 셈이 된다.
국가를 지탱하는 핵심 기관인 군과 검찰의 공적 시스템 자체가 사건 당시에는 집권여당의 대표였고, 수사가 진행 중인 지금은 법무부 장관인 일개 권력자의 손에 의해 유린된 것 아닌가라는 국민의 의구심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의혹을 키운 곳은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이다. 신속하게 의혹을 규명하기는커녕 서슬 퍼런 인사권자인 추 장관의 눈치를 보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특히 추 장관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왔다는 진술을 참고인 진술조서에서 뺐다는 군 장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허위공문서작성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반드시 그 경위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이미 신뢰를 잃은 서울동부지검에 더는 수사를 맡길 수 없다. 특별수사본부든, 특임검사든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한 수사팀이 새로 구성돼야 한다. 또한 추 장관이 지난달 발탁해 임명한 서울동부지검장과 대검찰청 형사부장 등은 수사 지휘와 보고 라인에서 모두 배제해야 한다. 추 장관 본인도 수사 개입 소지를 없애기 위해선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는 모자라다. 공무원행동강령대로 수사 종결 때까지 장관 직무를 스스로 정지시켜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뒤로 물러서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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