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대생, 국가고시 집단거부 옳지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9일 00시 00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어제 전국 40개 의대 의대생과 의전원생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81%의 찬성으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와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어제부터 11월 20일까지 학교별 조별로 나뉘어 치르는 이번 시험에는 응시 대상자 3172명 가운데 446명만이 원서를 냈다. 정부도 재응시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나머지 2726명(86%)이 이대로 시험을 거부할 경우 내년에는 병원의 허리 역할을 하는 인턴 수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의대생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 등 4대 공공의료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 완전 철회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 밀어붙이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물러선 이유는 보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인 만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 후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차분히 최선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자신들의 주장이 100%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의사 파업을 적극 지지했던 의대 교수들도 “교수들을 믿고 학업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제라도 단체행동을 중단하고 국시 응시 의사를 밝혀야 한다.

이 와중에 여당 의원들이 의료계와 정부 여당이 진통 끝에 이뤄낸 합의를 부정하는 듯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이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어제 라디오에서 원점 재논의는 철회와 다르다면서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당장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합의 파기에 해당한다’며 파업 재개를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의 불신을 자극해 어렵게 봉합해놓은 의정(醫政) 간 갈등을 부채질하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정부는 응시 원서 접수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해준 만큼 추가로 연장하는 것은 국가시험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는 국가의 의료 공급 체계가 걸린 문제다. 실기시험은 내년 1월에 예정된 필기시험 전까지만 끝내면 되므로 시간적으로는 해결의 여지가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 중재안대로 재응시 문제에 유연성을 발휘해 사태 해결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


#의대생#국가고시#집단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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