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다 깨는 코로나[횡설수설/이태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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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올 3월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진 창궐 지역이었다. 한때 감염세가 수그러들었으나 다시 확산돼 현재까지 27만 명이 확진되고 3만5000여 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초기 발병자 10명 중 9명꼴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완치돼 퇴원한 143명을 조사한 결과 발병 후 2개월이 지난 뒤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사람은 18명(13%)에 불과했고, 87%는 피로감 호흡곤란 관절통 가슴통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전체 확진자 3명 중 1명은 자신이 병에 걸렸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간다. 그런가 하면 한 번 발병하면 완치 후에도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3월 확진 판정을 받았던 영국의 31세 여성은 현재 계단을 오르기도 어렵고 칫솔을 들 힘이 없을 정도다. 감염되기 전 무아이타이로 몸을 단련하고 매일 직장까지 20km를 자전거로 달려 출퇴근할 만큼 강인했으나 지금은 방 청소를 할 힘도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바이러스가 몸속에 잔존하는 ‘롱테일 코로나(Long-tail Covid)’로 의심된다.

▷국내에도 후유증 사례가 많다. 20대 여성 A 씨는 약물 치료 없이 자연 치유돼 37일 만에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는데 진짜 고통은 그 후 닥쳐왔다. 한두 시간의 짧은 외출에도 숨이 차고 온몸에 기운이 없으며, 후각과 미각을 상실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우리 방역 당국 조사에서도 완치자에게서 폐 섬유화, 심장 기능 저하, 부정맥, 인지력 및 기억력 감퇴, 당뇨병 악화 등의 후유증이 보고됐다.

▷재감염 가능성도 공포를 더한다. 보통 병에 걸리면 그 병에는 다시 걸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항체가 형성되지만 코로나19는 변종이 많아 또 걸릴 수 있다는 것. 홍콩의 33세 남성은 3월 확진 판정을 받고 완쾌됐다가 4개월여 뒤인 지난달 유럽 여행 중 다시 감염됐다. 몸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뒤늦게 발현된 ‘재양성’이 아니라 변종에 ‘재감염’된 것으로 염기서열 비교를 통해 확인됐다. 재감염은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올 초 등장 이래 의학계의 바이러스 상식들을 무참히 깨왔다. 무증상 감염에 이어 후유증과 재감염 공포까지 안기는, 기존 과학의 원리로는 설명이 잘 안되는 미지의 질병이다. 인류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서두르며 대처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예단할 수 없게 하고, 누구도 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고 기이한 질병임에 틀림없다.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
#이탈리아#코로나19#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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