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김종인, 조건 따지지 말고 만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00시 00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오찬 회동을 했다. 이 대표가 취임 인사차 김 위원장을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여야 대표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두 대표는 4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처리에 의견을 모았다.

이 대표는 그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야 대표 간 회동이나 일대일 회담도 좋으니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여러 차례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 논의가 오갔지만 양측의 소통 실패로 회동은 무산됐고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진 듯하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은 밀월관계일지 몰라도 여야 관계는 대척점에 서 있는 상태다.

실질적인 협치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선 여당이 힘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176석 거여(巨與)가 밀어붙인 상임위원장 독식과 입법 폭주에 대한 자성을 토대로 법사위를 비롯한 상임위원장 배분 재조정에 나서야 한다. 야당을 입법 장애물 취급하는 태도를 고수할 경우 여야 협치는 공허해질 뿐이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협치가 야당이 무조건 정부·여당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그런 취지여선 안 된다.

거여가 야당을 진정한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선다면 야당도 정책 협조에 나서야 한다. 국민과 경제를 위해 필요한 입법이라면 다른 정치적 이슈의 조건으로 달아선 안 된다. 이렇게 여야가 한 발씩 물러서서 공감대가 이뤄진 정책부터 함께하면서 협치 영역을 차츰 확대해나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것을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도 헤쳐가기 힘든 위기 상황인데도 정치가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게 현실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회동 형식 등을 따지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비상한 시국엔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여야가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채 정파적 이해관계에 집착한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낙연#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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