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프랑스 파리 시내를 이동할 때마다 신문 가판대부터 찾았다. 2일 발간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사기 위해서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2015년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총격 테러를 당했던 매체다. 당시 직원이 12명이나 숨졌다. 전 세계에서 언론 자유를 지지하기 위해 ‘내가 샤를리다’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테러범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14명에 대한 재판이 이달 2일 시작됐다. 그러자 이 주간지는 문제의 만화를 다시 실은 특별판을 같은 날 발간했다. 어떤 압박에도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상징적 의미가 커 한 부 구입하려 했지만 20곳이 넘는 가판대를 찾아도 “품절됐다”란 말만 들어야 했다. 샤를리 에브도의 평소 발행 부수는 7만 부. 특별판은 20만 부가 발행됐지만 첫날 모두 팔렸다. 재인쇄본 20만 부도 금세 동이 났다. 가판대에 갈 때마다 허탕을 쳤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확고한 지지가 품절 사태로 이어졌다는 생각에 지인들에게 프랑스인 칭찬을 늘어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역 없는 비판’이란 명목하에 이뤄지는 과도한 풍자 역시 자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파리 7구 가판대에서 만난 마엘 씨는 2015년 9월 지중해에서 익사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이를 주제로 한 샤를리 에브도 만평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유럽 내 난민범죄를 비판하기 위해 아이가 죽지 않고 성장했다면 성추행범이 됐을 것이라는 식으로 묘사했다”며 “해시태그를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로 바꾼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샤를리 에브도는 여론조사기관 IFOP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프랑스인의 59%가 무함마드 풍자만화 재게재를 찬성한 반면 29%는 적절치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령이 낮을수록 이런 반응이 두드러졌다. 프랑스 젊은층 33%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무슬림의 분노를 무작정 비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타인, 종교, 문화에 대해 존중과 관용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프랑스 내 이슬람교도 515명에 대해 함께 설문해 보니 69%가 무함마드 풍자만화 재게재는 불필요한 도발이라고 답했다. 다만 82%는 보도 내용에 불만이 있더라도 테러와 같은 극단주의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6일 논란에 휩싸인 샤를리 에브도 인스타그램 삭제 사건 역시 비슷한 맥락을 보였다. 특별판 내용을 편집국 기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해당 계정이 먹통이 됐다. ‘인스타그램 측이 분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화를 차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런 차단이 필요하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테러 공범 재판이 진행되면서 처참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생존자들의 증언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론이 한쪽 방향으로만 쏠리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나와 다른, 나아가 내가 ‘이해하기 힘든’ 상대라도 존중하고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공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표현의 자유’란 생각 때문이 아닐까. 샤를리 에브도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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